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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만에 장외로 뛰쳐 나간 국힘…"대안 제시 없인 '중도' 못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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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300]

    머니투데이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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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이 '보수의 성지' 대구에서 약 6년 만에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섰지만, 그 효과를 두고 벌써부터 당내외 평가가 엇갈린다. 정통 지지층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장동혁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지만 "이재명 당선무효" 등 과격한 주장이 나온 데서 보듯 극우화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국회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만, 오죽했으면 5년 만에 대구를 찾았겠느냐"며 " 단순한 집회가 아니라 이 민주당이 지금 가고 있는 폭주를 멈추라는 하나의 국민의 준엄한 외침이자 명령"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부산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 현장에 답이 있다, 이런 마음으로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2시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야당 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규탄대회에는 장동혁 당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 70여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최대 7만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2020년 '황교안 체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이후 약 5년 8개월 만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강행과 같은 사법부 압박, 권성동 의원 구속, 당원 명부 압수수색 등이 장외 투쟁의 동력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장동혁 지도부'가 지지층 내부 결속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고 본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집회에서 당원들의 결속력이 느껴졌다"며 "대부분 참여자들이 '이재명은 안된다'는 구호 아래 뭉친 것 같다. 앞으로 꾸준히 집회를 해도 결집력이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5, 29일에도 대전과 인천에서 각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7일 서울 장외투쟁을 검토하는 등 장외 투쟁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의혹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대 이재명정부 투쟁의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라며"(사법부 흔들기는) 중도층 입장에서도 '좀 심하다'고 생각할 만한 이슈"라고 했다. 장 대표의 리더십도 가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집회에 참석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 사이에서는 '장동혁이니까 이렇게 사람 모을 수 있었다' '연설도 잘했다' '잘 싸운다'는 말이 오갔다"고 전했다.

    한편 강경 일변도의 장외 투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의 장외 투쟁에 대해 "실효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 아직은 장외투쟁을 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중도층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이 거의 힘을 못 쓴다. 과연 중도층 마음을 돌리는 데 (장외투쟁이) 도움이 되는가. 저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권의 '내란 프레임'에 더욱 말려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전날 집회 현장에서는 중도층에게는 '극우'라고 인식될 수 있는 '윤 어게인' 'Stop the steal' 깃발이 발견됐다. 당 지도부가 규탄대회 목적과 연관 없는 문구의 깃발, 손팻말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사전 안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극단을 택하자"며 "이재명 당선 무효"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서 "과연 국민 여론에 우리 당이 얼마나 가까이 가고 있고 가려운 부분을 얘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과정 없이 너무 일찍 장외 투쟁에 나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선 드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이재명 재판만 언급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의 파상 공세도 이어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를 주재하며 "(국민의힘 장외집회는) 대선 불복 세력, 내란 세력, 부정 선거론자들이 한데 뒤섞인 헌정 유린의 결정체였다"며 "장외투쟁이 아니라 '장외 투정'에 불과하다. 국정감사가 코앞인데, 민생을 치열하게 고민해도 모자랄 야당의 시간을 스스로 날려 먹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중도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 이미지를 벗지는 못하고 있다고 볼 것"이라며 "장외 투쟁이 플랜 B라면, 플랜 A로서 (중도층에게 호소할) 국민의힘의 대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개헌, 민생, 외교, 연금과 같은 분야에서 우리의 독자적이면서도 큰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며 "지금은 너무 '우리만의 축제'다. 이 모습으로 남으면 오히려 규탄대회가 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과하고 넘어가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중도층의 관심을 못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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