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李 “북핵 동결 현실적”·김정은 “비핵화 안 해”…'핵보유 용인' 위험한 접점 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마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잠정적 응급 조치”로서 북·미 간 ‘북핵 동결’ 합의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개된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이 버티는 가운데 초기 동결 단계에서 제재 완화를 보상으로 내준 뒤 협상이 멈춰 버리면 북한이 핵 보유를 이어가고 비핵화는 달성하지 못하는 ‘위험한 교집합’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 '북핵 동결' "잠정 조치 동의"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북한에는)지금 이 순간에도 1년에 15~20기 정도의 핵무기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며 “완전한 최종 목표(비핵화)를 위해서 성과 없는 시도를 계속 할 것이냐, 아니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라도 그 목표를 이뤄낼 것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미래의 비핵화 약속은 하지 않는 합의를 하더라도 받아들이겠느냐’는 질의에 “일단 일종의 잠정적 응급 조치로서 핵 개발, 미사일 개발 등을 현 상태에서 멈추는 것 자체도 사실은 군사 안보적인 평화라는 측면에서 유익한 점이 분명히 있다”며 동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3단계(중단-축소-비핵화) 비핵화 접근법’을 설명하며 북한의 핵 용인과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모 아니면 도’의 선택(all or nothing)”이라고 규정하고 “중간 지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핵 동결 조치가 이런 중간 지점이라는 뜻일 수 있다.



    김정은 "3단계 비핵화, 전임자 복사판 불과"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연설에서 “현 집권자의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장 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 등이 이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재명 정부’를 실명 거론하며 “(단계적 비핵화 제시로)우리와 마주앉을수 있는 명분과 기초를 제손으로 허물어버렸다”고 비난했다.

    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의 전통적·궁극적 목표로, 북한이 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1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 간담회)고 말한 것도 거론하며 “(이는) 우리의 체제, 우리의 헌법을 전면 부정하는 망발”이라고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최종 상태(end state)’를 비핵화로 설정한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지난 2019년 북·미 간 ‘하노이 노 딜’도 북한이 끝내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 달성에 합의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중간 지대' 해법, 북핵 현실론 귀결 우려



    표면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3단계 비핵화 접근법을 김정은이 정면 거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겠다며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한국이 작은 결실이라도 보겠다며 협상을 시작하는 데만 중점을 둔다면 이는 김정은이 의도하는 ‘북핵 용인’이란 결과로 수렴할 위험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중간 지대 구상이 ‘동결-제재 완화-비핵화 협상 중단-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 지위 승인’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북한이 핵 활동 중단만 해도 제재 완화나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럴 경우 북한이 핵 개발을 재개해도 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마당에 안보리 차원에서 다시 대북 제재를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제재 풀기에 집착해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협상 초기 단계에서의 제재 일부 완화라는 정부 제안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스몰 딜’ 우려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도 BBC 인터뷰에서 “그것(동결)이 ‘최종 합의다, 끝이다’라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동결은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에 “잠정적으로야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현실’이란 단어를 5차례나 썼다.

    문제는 비핵화라는 명확한 최종 목표 설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담보하지 않는 현실적 타협의 위험성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초기 단계인 동결 조치는 그 자체로 북핵 용인을 전제로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선의와 달리 중간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면 한국으로선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1970년대 을지 포커스 렌즈부터 올해 을지 프리덤 실드까지 8개 한·미 연합 연습·훈련을 구구절절 나열하기도 했다. 한국의 헌법·국가보안법 등을 끌어 들여 “반공화국 적대의식”이 과거부터 “토 한자 달라지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불법적 핵 개발을 한·미의 방어적 군사 활동 탓으로 돌리는 기존 논리의 반복이다.



    김정은 "상극인 한국과 통일 안 해"



    김정은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지난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수 없는 것”이라면서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 등 여러 기회에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걸 무시한 셈이다.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한국을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종속 국방” 등으로 폄훼한 건 남남 갈등 유발과 한·미 갈라치기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날 “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를 비판했는데, 이를 동맹 균열의 계기로 봤을 수 있다.

    정영교·이유정·심석용 기자 uu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