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권 발동에 항의하는 나경원 의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관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추미애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등에 항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트북에 붙인 "정치공작, 가짜뉴스 공장, 민주당!"이라고 적힌 피켓에 대한 추 위원장의 철거 요구를 거부했다. 2025.9.22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는 윤석열 전임 정부 당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 대장동·대북송금 사건 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으로 비화했다.

여권이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추진 중인 검찰개혁 입법을 처리하기 전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이지만, 형사사법에 관한 검토보다는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을 놓고 격렬한 설전만 주고받은 모습이다.

여야는 ▲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대장동 사건)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루된 대북송금 사건 ▲ 서울남부지검의 소위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등을 쟁점으로 삼았다.

김 전 부원장과 이 전 부지사 사건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전 기소된 재판과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추가로 나온 증인 진술 등을 거론하면서 "검찰이 김 전 부원장과 이 전 부지사를 '마구잡이식'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이 '정적'인 이 대통령을 사건에 엮기 위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전 부원장과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짜맞추기식 수사·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가 김 전 부원장이나 정진상 전 실장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그 진술은 허위이고, 검찰이 짠 시나리오에 따라 맞춰서 진술한 것에 불과하다"며 "공소사실에 적시된 2021년 5월 3일에 김 전 부원장 구글 타임라인을 보면 유동규가 돈을 줬다는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법무부가 감찰을 지시한 대북송금 수사 과정의 '연어·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대북송금 의혹 수사 때 이화영·김성태·방용철 등 공범 간 진술 회유를 위해 술과 음식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연어 술파티' 의혹 부인하는 박상용 검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관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대북송금 수사 '연어 술파티'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2025.9.22 utzza@yna.co.kr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를 증인대에 세워 집중 추궁했다.

서영교 의원은 "(2023년) 부처님 오신날 세명을 불러 대질심문을 시키는가. 얼마나 이화영을 봐줘서 그날에 (진술을) 맞췄나"라며 "국민 여러분, 뻔뻔스러운 검사의 얼굴이다. 기소된 뒤 피고인들을 검사실로 불러 회유하고 '진술 세미나'를 시키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박균택 의원도 박 검사를 향해 "김성태, 이화영, 이재명 공소장을 안 읽어봤나. 3건의 공소장에서 돈을 준 시기와 장소, 전달 방법이 다 다를 수 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박 검사가 "(공소장을) 본 적이 없다. 그게 그렇게 다르다면 무죄가 나오지 않겠나. 제가 기소한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선고됐다"고 답했다. 대법원이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총 징역 7년 8개월의 형을 확정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박 검사는 박 의원을 향해 "(대장동 사건의) 변호인으로 참여하셨죠. 제가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조사할 때도 변호인으로 참석하시지 않았나. 그때 그 내용을 잘 주장하셨다면 법원의 현출이 지금 의원님 말씀대로 되지 않겠나"라고도 말했다.

국회 선진화법 준수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 국민의힘을 제외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검찰개혁 청문회 파행에 대해 국민의힘 위원들을 탓하며 국회 선진화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5.9.22 utzza@yna.co.kr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찰개혁' 명분을 악용해 김 전 부원장, 이 전 부지사 등에 대한 감싸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궁극적으로는 이 대통령과 관련한 사건 수사를 무마하거나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려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신동욱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단한 대의명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 대통령 관련 변호인들이 나오시고, 이 자리에서 서로 주고받으면서 김용 씨의 '있는 죄'를 '없는 죄'로 만들려고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김기표 의원을 겨냥해 "김용이 무죄라고 주장하고 그것을 질문하는 국회의원도 (김용의) 변호인이었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변호사도 김용의 변호인인데 이게 무슨 검찰개혁 청문회인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운 게 '전과 9범'인 조경식의 (대북송금 사건 관련) 증언이다. 사기·장물 잡범으로 수사를 많이 받았으면 수사체계를 잘 안다는 건가"라며 "그 사람 말을 듣고 대법원판결까지 난 이화영 재판까지 무위로 돌릴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김용은 6억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사건에 연루돼 있는데, 이재명 당시 후보가 알았느냐 몰랐느냐가 문제가 됐다"며 "이 사건은 2심까지 유죄고 대법원 결정만 기다리면 되는데 변호인들끼리 증인신문을 하면 이 판을 바꿀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발언기회 요청하는 최재현 검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관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담당 검사인 최재현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추미애 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2025.9.22 utzza@yna.co.kr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놓고도 여야는 공방을 주고 받았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제가 띠지 분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게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데 이렇게 난리를 쳐야 할 일인지 궁금하다. 관봉권 띠지가 있었다면 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명확히 밝혀지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희가 (관봉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띠지가 부착된 것이고, 그다음에 그것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가진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서울남부지검 최재현 검사에게 "(검찰) 조서에 보니 2022년 5월 13일이 관봉권에 적힌 것으로 나온다. 이날이 어떤 날인가. 윤석열 정권이 들어간 거다"라며 "그러면 윤석열 정권 후에 이 관봉권이 어떻게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를 추적해야 하는데 왜 안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wis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