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책 펴내
"관장·큐레이터의 저서, 박물관 권위·품격 반영…학술 능력 중요"
"한국미술사 통사, 세상이 요구하는 책"…'화인열전'도 재출간 예정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하는 유홍준 관장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 9월 19일 당시 30대 젊은 미술사학자였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서울 신촌의 대안공간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강좌를 열었다.
포스터를 만들어 주요 대학에 홍보했고, 사람을 모았다.
미술대학생, 교사, 미술가 등 그 누구도 괜찮았다. 처음 20명으로 시작한 강의는 입소문이 났고, 일주일이 지나서는 100명으로 참여자가 늘었다.
장소를 옮겨가며 강연은 이어졌지만, 그에게는 과제가 남았다.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대, 우리 미술 흐름을 아우르는 한국미술사 통사(通史)였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하는 유홍준 관장 |
문화유산 현장과 강단을 누빈 그가 약 40년간 마음에 둔 '필생의 과업'을 마쳤다. 한 권에 책으로 정리한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이하 눌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다.
유 관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미술사의 실체와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책은 그간의 집필 활동과 강연이 녹아있는 저작이다.
2010년 처음 출간해 최근까지 6권이 나온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가 총 2천6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었다면, 이번 책은 한 권으로 압축했다.
신간 출간하는 유홍준 관장 |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는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에 이르는 시대별 배경을 서술하고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유 관장은 "K-컬처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려줄 한국미술사 입문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알기 쉽게 한 권으로 압축한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창하게 이야기해서 미술사의 통사는 쓴다는 것은 미술사가로서 최고의 작업"이라며 "쉽고, 짧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간 기자간담회하는 유홍준 관장 |
"책상에 앉아 밑줄 치는 게 아니라 소파에 기대어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했죠. 혹시나 벽돌 책이 될까 봐 100g짜리 종이가 아니라 80g으로 썼습니다." (웃음)
그러면서 "한국 미술사를 배우고자 하는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와도 같다"며 "현재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 관장은 두 책에 대해 "세상이 요구하는 책"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디지털로 감상하는 우리 문화' |
그는 "쓰임새와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며 "글을 다 쓴 뒤, 편집자와 함께 도판을 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문장을 넣고 빼면서 1년 가까이 (편집) 한다"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김민석 국무총리께서 APEC이 열리기 전까지 50∼60쪽 분량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영문 책자를 만들어 달라 해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 관장은 박물관의 '글쓰기'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물관장과 큐레이터(유물을 수집·관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가 쓰는 책은 해당 박물관의 권위와 품격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신간 출간하는 유홍준 관장 |
그는 세계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펴낸 책은 미술사 명저로 꼽힌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알프레드 바 전 관장이 재임 중인 1934년에 펴낸 책은 모더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저서로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는다고 유 관장은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에서 5, 6번째 간다고 하죠. 건물 (규모)도 그렇고, 유물도 소속 박물관관까지 합치면 약 250만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학술 능력입니다."
유 관장은 지난 7월 관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두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을 다 쓰고 편집하는 중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으로 발령받았다"며 "오늘은 관장이 된 이후 처음으로 휴가를 쓰고 참석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궁과 월지 둘러보는 김민석 총리 |
그러면서도 "관장 타이틀을 갖고 책을 내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관장이 책을 내고, 마케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잘하는 건 우리 문화와 박물관의 위상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는 점입니다."
유 관장은 내년에 또 다른 책도 펴낼 예정이다.
겸재 정선(1676∼1759), 단원 김홍도(1745∼?)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삶을 다룬 '화인열전'이다. 20여년 전 출간된 그의 대표작 중 한편으로, 유 관장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면 개정판을 내놓을 계획이다.
▲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 = 664쪽.
▲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 572쪽.
ye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