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김신록 "배우도 관객도 함께 견디는 연극…사회에 질문 던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인극 '프리마 파시'…성폭력 피해 당하는 변호사 이야기

    "대사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 커…실시간 살 빠진단 말 들어요"

    연합뉴스

    배우 김신록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배우는 '저는 공주입니다'라는 대사도 그 인물처럼 천연덕스럽게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작품 속 '강간 사건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라는 대사는 어떻게 해야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어요."

    1인극 '프리마 파시'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려는 변호사 테사 역을 맡은 배우 김신록은 성폭력 피해자로 무대에 서는 일이 큰 부담이자 책임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신록은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입으로 대사를 부끄럽지 않게 말할 때까지 대본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미흡하지만 어떻게 그 대사가 관객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프리마 파시'는 승승장구하던 젊은 여성 변호사 테사가 성폭력 피해를 겪은 뒤 782일간 법정 다툼을 이어가며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연합뉴스

    '프리마 파시' 김신록 공연사진
    [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막에서 승소를 거듭하며 야망에 넘치던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를 겪은 뒤 2막에서 과거의 기억과 싸우며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김신록은 이처럼 완전히 대비되는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김신록은 "1막에서 테사는 세상의 주체이지만, 2막은 그런 1막의 세계가 철저히 무너지는 이야기"라며 "멱살이 잡힌 것처럼 과거의 기억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연기를 선보여야 해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2시간 넘는 공연을 중간 휴식 없이 이끌어가고 있는 김신록은 배우와 관객 모두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을 함께 견디고 있다고 표현했다. 법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테사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을 종종 목격한다고도 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제가) 실시간으로 살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관객들 입장에서도 테사가 일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잠시 나갔다 올 수도 없으니 힘들 것이다. 그래서 관객도 같이 그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커튼콜 때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힘들고 중요한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는 기분이에요. 공감과 연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느껴서 공연이 끝나면 힘들었던 몸이 회복되는 기분입니다."

    연합뉴스

    '프리마 파시' 출연하는 김신록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신록은 올해 '프리마 파시'를 비롯해 '언더커버 하이스쿨', '당신의 맛' 등 드라마와 연극 무대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연극의 장점은 배우들과 연습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작품에 관해 고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내며 대본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똑같은 대본으로 서로 다른 것을 말할 때면 신기함과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떠올렸다.

    무엇보다 그는 '프리마 파시'가 다정하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작품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법조인들로부터 공연을 관람하겠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는 그는 예술 작품을 통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저는 '프리마 파시'가 젠더를 아우르는 이야기, 우리가 모두 어떤 세계를 꿈꿔야 할까 질문하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에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연합뉴스

    '프리마 파시' 테사 연기하는 배우 김신록
    [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