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로고./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MS)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감시에 활용돼 온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스라엘군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이스라엘군과의 기술 협력을 일부 중단한 첫 사례다.
26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 국방부(IMOD)에 특정 클라우드 저장소와 AI 서비스를 포함한 구독을 중단·비활성화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들의 통화 내용을 시간당 최대 100만건 수집해 MS 애저(Azure)에 저장해왔다고 지난 8월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 직후 이스라엘군은 8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데이터를 애저에서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미스 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가디언 보도의 일부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인했다”며 “MS는 민간인 대규모 감시를 지원하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당사 서비스가 약관에 따라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S는 이스라엘 국방부 내 특정 부서가 이용하던 일부 서비스를 차단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와 맺은 다른 계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스미스 사장은 “사이버보안을 위한 이스라엘 및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MS의 이번 조치는 최근 본사에서 이어진 직원들의 항의 시위와도 연관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021년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당시 8200부대 지휘관 요시 사리엘의 회동 이후 민간인 감시를 시작했다. 본사 직원 일부는 이에 반발해 브래드 스미스 사장의 사무실에 진입해 점거 시위를 벌였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시위에 참여한 직원 5명을 해고한 바 있다.
MS뿐 아니라 미국 빅테크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격화한 이후 이스라엘군에 자사 클라우드와 AI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해 왔다. 이에 IT를 학살에 이용하는 데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구글이 이스라엘-가자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군이 최신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고 지난 1월 보도한 바 있다. 2023년 구글은 이스라엘군과 님부스(Nimbus)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구글에 기업용 AI 플랫폼 ‘버텍스’ 사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회사에 요청했다. 또 이스라엘 사업을 경쟁사 아마존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MS와 이스라엘군의 계약에 반대하는 단체 ‘No Azure for Apartheid(인종차별을 위한 애저는 없다)’는 이번 결정이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 관계자인 호삼 나사르는 “가자지구 학살 이후 이스라엘군에 특정 기술 판매를 중단한 첫 미국 빅테크 기업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체 측은 “중단된 것은 군 내 일부 부서에 제공되던 소규모 서비스일 뿐, 전체 계약 대부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