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당신 곁의 아리아'
/사진 = 그래도봄 제공 |
오페라는 고급스럽다. 맵시있는 정장과 드레스를 잘 차려입지 않으면 관람조차 어렵고 티켓 가격은 2~3일치 식사비에 육박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성악가들이 목을 돋우어 노래하지만 정체불명의 말들이 난무하다 보니 이해하기가 힘들다. 저건 무슨 말이야? 글쎄, 팜플렛에는 안 나와 있는데. 영어인가. 이태리어인가.
우리나라 메조소프라노(중간 음역대의 여성 성악가)를 대표하는 백재은과 음악 평론가 장일범이 오페라에 대해 떨었던 '수다'를 모은 책이 나왔다. 대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사실상 가이드북이다. '아이다'나 '라 보엠', '마술피리' 등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을 오페라들을 쉽게 풀어냈다. 각 장 처음에는 오페라의 줄거리와 구성,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어 마치 이야깃책을 연상시킨다.
책의 가장 큰 특징도 쉽다는 점이다. 라디오 방송을 해온 두 사람이 나누는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에서 어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오페라기획의 어려운 점, 공연의 배경, 비슷한 주제의 작품 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알기 쉽게 담아냈다. 현학적인 용어나 복잡한 이름에 시달릴 필요 없이 편안하게 앉아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오페라 가수만이 알 수 있는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오페라는 영화나 연극처럼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드물기 때문에 내밀한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책은 작품을 연기하는 성악가들을 캐스팅하거나 공연 때의 느낌, 성악가들이 작곡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을 가감없이 풀어놓는다. 말이 공연 도중 대변을 봤다는 이야기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이유 등은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재미있게 쓰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일부 대목에서는 설명이 조금 모자란 듯한 부분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소재는 많지만 오페라의 기초를 모른다면 공부가 필요하다. 같은 작품에 대해 해석이 차이가 날 때가 있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백재은은 '한국의 카르멘'으로 불리며 우리 오페라를 대표해 온 성악가다. 이화여대와 서울대,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오페라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디어 마이 오페라'를 썼다. 장일범은 '장일범의 K-Classic World', '유쾌한 클래식' 등 방송에서 편안한 해설로 이름을 알린 음악 평론가다. 미국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콘서트 해설을 맡았다.
◇당신 곁의 아리아, 그래도봄, 1만 9800원.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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