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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1세대 P2P금융 '렌딧', 책임있는 퇴장… 산업 재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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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딧, 2일부로 온투업 영업 종료
    기존 투자 포인트, 에잇퍼센트에서 사용할 수 있어
    "투자자 보호 위해 단절 아닌 연결의 방식으로 고객 승계"

    머니투데이

    렌딧과 에잇퍼센트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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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P2P 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 기업인 렌딧의 퇴장으로 관련 업계 산업 재편이 빨라질 전망이다. 렌딧은 온투업 사업을 종료하면서도 자사 고객의 혜택을 경쟁사에 이전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 렌딧 고객을 새로 흡수하게 된 에잇퍼센트는 온투업 '한 우물' 집중 전략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렌딧은 오는 2일부로 온투업 영업을 중단한다. 이미 렌딧은 신규 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달부터 기존 대출자 상환을 완료하면서 잔액이 0원이 됐다. 남은 예치금은 다음 달 10일까지 출금할 수 있다.

    앞서 렌딧은 유뱅크 컨소시엄(현대해상·현대백화점·네이버클라우드 등)에 참여해 제4인터넷은행(인뱅)에 도전했었다. 하지만 신규 인뱅 인가를 두고 정부 기류가 바뀌면서 예비인가 신청 직전에 불참을 선언했다. 제4인뱅 예비인가 심사에서 모든 컨소시엄이 탈락했기에 렌딧도 이를 다시 추진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렌딧은 2015년 설립된 1세대 온투업체다. 에잇퍼센트, 피플펀드(현 PFCT)와 함께 2021년 금융위원회에 1호로 등록한 온투업체다. P2P 금융 초창기에는 에잇퍼센트와 함께 개인 신용대출 부문의 쌍두마차로 불렸다.

    렌딧은 지금까지 이용해 준 고객을 위해 책임 있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렌딧 투자자에게 지급된 포인트를 경쟁사인 에잇퍼센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전 조치를 진행한 것이다. 포인트는 투자자가 렌딧을 이용하면서 얻은 혜택이다. 1포인트는 1원의 가치를 가지며 투자에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렌딧이 온투업 사업을 종료하면서 기존 고객은 포인트를 지급받아도 이용할 수 없었다. 렌딧이 신규 대출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렌딧은 플랫폼의 책임 있는 서비스를 고려했고, 그 대안으로 에잇퍼센트를 파트너로 낙점했다.

    이런 조치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사례다. 10년간 자기 회사를 이용해 준 고객을 경쟁사에 넘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투자자 보호와 초기 시장을 개척한 플랫폼 간 철학적 연대, 업계 내 책임 있는 질서 정립을 위해 양사가 서로 협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잇퍼센트는 이번 기회로 신규 회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단순 신규 고객이 아니라 렌딧에서 투자를 많이 해 본 고경험 투자자층이다. 에잇퍼센트는 렌딧에서 넘어온 투자자에게 개인 신용대출뿐 아니라 부동산 담보, 스탁론 등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온투업 '한 우물' 전략에 더 집중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에잇퍼센트는 2014년 설립 이후 10년간 1조원 이상의 누적 투자액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법인·기관투자자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법인·기관투자자의 에잇퍼센트 누적 투자는 지난 8월31일 기준 6682억원이다. 1년 만에 1785억원 증가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누적 수익금은 377억원을 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사의 제휴는 국내 온투업 산업의 재편 국면에서 단절이 아닌 연결의 방식으로 고객을 계승한 사례로 평가된다"며 "실제로 투자자 보호와 질서 있는 퇴장을 중시하는 규제 당국의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어 "온투업 산업이 초기의 실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재편과 성숙의 국면에 들어섰다"며 "내실 있는 성장과 제도 친화적 모델을 모두 갖춘 사업자가 소비자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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