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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美 조선업 복구에 천문학적 자금 소요…비자·존스법 리스크도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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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무너진 美 조선 인프라, 인력난 심각

    기자재·산업단지 구축 비용 부담

    트럼프 변수·비자 문제 등 정치 리스크

    존스법 개정 지연 및 지체상금 우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대미 조선업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마스가(MASGA)는 국내 조선업이 잡아야 할 확실한 기회지만, 뚫고 지나가야 할 난관도 만만찮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조선업은 쇠락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나 인프라가 노후화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번 망가진 산업 생태계를 복구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도 걸림돌이다. 현지에서는 미국에서 건조되지 않은 선박의 미국 내 항구 간 운송을 금지하는 존스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상당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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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무너진 美 조선 생태계…전문인력 양성 시급

    1950년대까지 조선업 최강국이었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약 50개 이상의 조선소에서 1000척이 넘는 선박을 건조했다. 전쟁 당시 미국과 유럽 간의 항로가 차단돼 물자 공급이 어려워지자, 리버티선(리버티급 수송함)을 4년간 무려 2710척이나 건조하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상황이 급변했다. 군함 수요가 확 줄어든 데다 상업용 조선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떨어지며 미국 조선업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 조선업체의 급성장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코트라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13년까지 약 30년 동안 미국 내 조선소 400여 곳이 폐업했으며, 현재 상업용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헌팅턴 잉걸스, 필리 등 21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조선·해양 경쟁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중국의 국적 상선 수가 7000척 이상 달하는 데 반해 미국은 200척 미만 수준이며, 2023년 기준 중국이 1700척 이상을 건조하는 동안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 수는 5척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화오션과 HD현대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미국 내 조선소를 가동하더라도 현지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선소에서 용접할 사람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현지 인력 양성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산업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한-미 조선해양산업 기술협력센터’ 사업 예산 66억4400만원을 반영했다. 이중 34억50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된 마스터스 아카데미를 통해 선박 설계 실무 교육, 야드 생산 컨설팅, 기능장급 전문가 파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카데미 운영은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기자재 공급망 구축도 쉽지 않은 문제다. 양 수석연구원은 “미국 조선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 기자재도 하나하나 외부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기자재 업체들을 모두 끌고 들어가서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는데, 과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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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한화필리조선소 전경.(사진=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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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리스크 무시 못해…지체상금 폭탄 우려도

    미국의 정치 불확실성도 위험 요소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비자 문제로 체포된 것이 대표 사례다. 만약 조선업서도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로 공정이 지연될 경우 공정 중인 선박 1척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도크에서 건조 순서를 기다리는 10~20척의 공정이 줄줄이 지연되고, 지체상금으로 최악의 경우 조선소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체상금은 선주에게 납품 지연으로 인해 지불하는 손해 배상금을 뜻한다. 국내서도 선박 건조가 늦어져 수백억원 규모의 지체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미국에선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존스법 수정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변수다. 존스법은 미국 건조, 미국 국적, 미국인 운영의 상선만 미국 바다를 다닐 수 있게 하는 규정으로, 마스가 프로젝트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다만 최근 미 하원에서 동맹국 해운사에도 미국 해운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동맹국에서 건조된 선박도 조건부로 미국 연안 운송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법안이 발의됐다.

    양 수석연구원은 “조선소가 하나 존재하려면 기자재업체들을 포함한 대규모 산업단지가 필요하다”라며 “인건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적화를 구현해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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