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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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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셰플러 되겠다…美대학 골프 리그 누비는 K골프 샛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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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골프 미래 조성엽·이정현
    전세계 유망주 모인 NCAA
    각 대학팀 간판으로 활약
    언어·낯선 환경 미리 적응
    프로 전향 미루고 미국행
    “꿈의 무대로 가는 지름길
    세상 보는 시야도 넓어져”


    매일경제

    조지아 대학교에서 PGA 투어 진출을 노리는 조성엽. UG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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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챔피언이 되기 위해 미국 대학 골프 리그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두 선수가 있다. 조지아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에 재학 중인 조성엽(21)과 이정현(19)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선수가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건 대학교 때다.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졸업한 조성엽과 이정현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꿈의 무대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어와 적응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몇 가지 선택지 중 미국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두 선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골프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오게 됐다.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생이 아닌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국 주니어 선수들을 일반적으로 프로가 될 수 있는 만 18세가 되면 대부분 아마추어 자격을 반납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은 다르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잰더 쇼플리,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릴리아 부(미국) 등이 미국 대학 골프 리그에서 실력을 쌓은 뒤 프로로 전향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미국 대학 골프 리그가 성공 보증 수표로 통하는 만큼 PGA 투어와 LPGA 투어는 최근 실력 있는 대학 선수들을 확보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PGA 투어 유니버시티와 LPGA 컬리지에이트 어드밴스먼트 패스웨이(LCAP)가 매년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선수가 미국 대학에 진학한 뒤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건 연습 환경이다. 골프팀을 보유한 미국 대학들은 대부분 골프장, 천연 잔디 연습장, 연습 그린, 숏게임 연습장, 체육관을 보유하고 있다. 또 감독과 코치, 피지컬 트레이너,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이 한 팀으로 움직이며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쟁은 어떤 곳보다도 치열하다. 학교 대표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자체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 조성엽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15명의 선수 중 출전 기회가 돌아가는 건 5명 밖에 되지 않는다. 좋은 학교일 수 있도록 자체 선발전의 수준이 높다. 미국 골프 대학 리그를 경험한 뒤 세계적인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몇몇 또래 친구들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많은 상금을 버는 것에 대한 부러움을 없을까. 이에 대해 조성엽과 이정현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미국 골프 대학 리그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특별함 경험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성엽은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한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가 미국에서 개최하는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최경주 재단 주니어 챔피언십을 경험한 뒤 완전히 달라졌다. 주니어 칼리지인 오데사 컬리지에 진학한 그는 첫해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2에 소속된 콜로라도 기독교 대학교에 스카웃됐다.

    이후에도 활약은 멈출 줄 몰랐다. 2학년이 된 그는 개인전 2승과 단체전 9승을 차지하며 NCAA 디비전2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리고 올해의 외국인 선수상인 개리 플레이어 상까지 받았다.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수많은 팀에게 영입 제안을 받은 조성엽은 고민 끝에 조지아 대학교를 선택했고 올해부터 NCAA 디비전1 무대를 누비게 됐다.

    그는 “PGA 투어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미국으로 건너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최경주 프로님께서 말씀해주신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더욱 노력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부터 KB금융그룹에 후원을 받고 있는 이정현은 아마추어 시절 수많은 대회 정상에 오르고 태극마크를 달았던 특급 기대주였다. 한국에 남아 프로가 됐다면 이정현은 황유민, 방신실 등과 함께 KLPGA 투어 인기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정현은 지난해 여름 프로 전향을 미루고 베일러 대학교에 입학했다. 지난 6월 UCLA로 편입한 그는 한국 여자 선수들이 그동안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윈디 시티 컬리지에이트 클래식 정상에 오른 이정현은 “쉬운 길을 앞에 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내 선택에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부를 하고 여러 친구를 사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프로가 된 뒤에는 대학 시절의 다양한 경험이 엄청난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엽과 이정현에 앞서 미국 대학 골프 리그를 누볐던 대표적인 한국 선수는 박상하와 박지원, 송태훈 등이 있다. 콜로라도 기독교 대학교 출신으로 지난달 프로코어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데뷔전을 치렀던 박상하는 콘페리투어에서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UC버클리와 워싱턴 대학교를 졸압한 박지원과 송태훈은 현재 한국에서 KPGA 투어 진출을 노리고 있다.

    두 선수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두각을 나타내면서 미국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한국 아마추어 선수들도 많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선수 영입을 검토하는 미국 대학들과 매니지먼트들도 크게 늘었다. 한 미국 대학 골프팀 코치는 “최근 국제 대회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대학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영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이미 10명이 넘는 인원이 여러 대학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에서 LPGA 투어 입성을 노리는 이정현. U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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