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0 지도 국외 반출, 국정감사 쟁점 부상
'독도 표기 오류' 논란 속 영토 주권 도마에
디지털 시대 맞는 지도 반출 입법 논의 필요
앞서 정부는 구글과 애플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을 각각 유보했다. 구글에 대해서는 오는 11월 11일까지, 애플에 대해서는 12월 8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두 회사의 반출 요청을 병합해 이르면 이달 안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정밀지도 반출, 국정감사 주요 현안 될까
정부는 ‘안보’를 핵심 사안으로 보고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방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가 구글 측에 고정밀지도 요청 경위와 이에 따른 안보 우려를 질의할 것으로 알려져 ‘안보’가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령실은 고정밀지도 반출과 관련해 “국민 안보는 통상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도 반출 협의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수장들 역시 같은 관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학계에서도 군사 및 안보의 핵심이자 영토 주권 그 자체인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지도학회지는 1:5000 축척 지도와 위성영상을 중첩하면, 수도방위사령부 내 침투로, 보급선, 이동 경로 등 군사 핵심 시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학계·산업계·시민단체, ‘안보’ 우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러시아 등은 안보를 이유로 정부가 만든 정밀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벨기에와 우크라이나는 구글 어스와 지도에 민감 보안 시설 정보가 노출돼 국제적인 분쟁을 겪고 있다.
또한 고정밀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스타트업과 소상공인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부가 고려하는 대목이다. 국내 공간정보산업은 99%가 영세기업으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공간정보 업체 10곳 중 9곳이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구글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자율주행 분야 스타트업 역시 국내 사업 영역이 거대 자본을 가진 구글에 잠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 일본, 호주에서는 과거 자국 정밀지도를 해외 기업에 개방한 이후, 공간정보산업이 사실상 붕괴한 사례가 있었다.
크리스 터너(Cris Turner)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사진=구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5000 지도는 고정밀도가 아니라는 구글
구글은 1:5000 축척 지도가 고정밀지도가 아니며, 이 때문에 한국에서 길 찾기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 BMW는 구글과 동일한 1:2만5000 축척 지도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길 찾기, 내비게이션, ‘나의 찾기’ 등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안정상 겸임교수는 7월 보고서에서 “UN 세계지형공간정보위원회(UN-GGIM)와 국제사진측량학회(ISPRS)에 따르면, 구글이 확보한 지도 데이터는 대부분 1:20만 수준으로 1:2만5000보다 정밀하지 않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확보율도 미미하다”고 밝혔다.
동해·독도 등 지명 표기 문제
영토 주권 역시 중요한 문제다. 구글은 과거 ‘동해’를 ‘일본해’,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전례가 있어, 별도의 대책 없이 정부가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기 어렵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9월 23일 조사에서, 42개국에서 ‘독도’가 ‘리앙쿠르 암초’로 잘못 표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글지도에 울릉도 독도박물관을 검색하면 지도 화면에 본관은 김일성기념관(별관)으로 별관은 ‘도박 물관 별관’으로 표기 돼 있다.(사진=구글지도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구글, 올해도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요구 ‘거부’
구글은 1:5000 축척 지도가 고정밀지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제안한 반출 조건 중 핵심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여부에는 여전히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영토 주권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앞서 구글이 9월 경북 울릉군 독도박물관을 지도상 ‘김일성기념관(별관)’으로 표기하며 논란이 일자, 국무총리까지 나서 조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구글은 “UGC의 특성을 악용한 사건”이라고 대응했다.
디지털 시대 맞는 지도 반출 규정 필요성
일각에서는 1:5000 이상 고정밀지도에 대한 해외 반출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7년, 2011년, 2016년, 2023년 이어진 구글·애플 반출 요청이 불허된 후, 후속 논의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지도 데이터는 국내 ICT 산업 생태계 경쟁력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자료”라며,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내 서비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대비책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안규백 장관은 의원 시절 공간정보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해외 반출 가능한 지도를 1:2만5000 이하로 제한하고, 그보다 정밀한 지도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와 보안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