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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십자가 키링·불상 굿즈 인기에…"MZ 신자 늘리자" 공략 나선 K-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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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서울국제불교박람회'와 '제13회 붓다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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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종교계가 '힙한'(세련된) 이벤트와 굿즈(상품)를 앞세워 젊은 세대 확보에 나섰다.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고 2030 세대를 끌어들여 침체되고 있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10일 종교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은 최근 불교박람회의 확대 개최를 논의 중이다. 올해 박람회는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열렸으며 내년부터는 광주 등 지역으로 개최지를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지난달 대전이 지역구인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 박람회의 대전 개최를 건의하기도 했다.

    불교 박람회는 MZ세대의 최고 인기 상품이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불교 굿즈를 소비하며 개그맨 윤성호씨가 분한 '뉴진스님'을 보기 위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불상을 소재로 한 피규어(인형)나 LED 조명은 10만~20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매진이 잇따른다. 지난 4월 열린 서울 박람회에는 나흘간 20만여명이 방문했다.

    불교계 관계자는 "박람회 이후 체험이나 굿즈 구매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국내 개최를 앞둔 천주교계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세계청년대회는 전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천주교계의 최대 행사로, 신임 교황 레오 14세가 방한한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빅 이벤트'를 통해 젊은 신자 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교황청은 최근 사상 최초로 15세의 인플루언서 카를로 아쿠티스를 성인으로 시성하는 등 젊고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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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레오 14세가 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외곽 토르 베르가타 광장에서 열린 '젊은이의 희년' 미사 집전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는 동안 한국 청년 순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사진 : [로마=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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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계는 접근성을 앞세운 굿즈로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성경과 십자가를 본뜬 키링(열쇠고리)이나 스티커, 의류 등이 인기가 높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인기 교회 굿즈샵 4곳' 등 목록이 공유된다. 구로구의 한 교회 관계자는 "굿즈는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구매하는 젊은층에게 긍정적 인상을 주려는 것"이라며 "가격도 비싸지 않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종교계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 젊은 신자의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한국교회총연합 등에 따르면 2030 개신교 신자는 지난해 215만명에서 2050년 94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천주교도 청년 신자 수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젊은 신자가 늘고 있는 불교도 여전히 전체 신자에서 2030의 비율이 가장 낮다.

    종교계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젊은 신자들의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종교계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인 '탈종교화'도 2030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 종교계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젊은층의 관심이 줄어들고, 기존의 젊은 종교인들마저 떠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에서는 10명 중 7명(69%)이 무교였다.

    종교계의 한 관계자는 "종교에 대한 비난보다 더 나쁜 것은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일부 종교의 무리한 포교, 시위 등으로 젊은 종교인구의 이탈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순기능을 2030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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