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
자율주행차는 이동 수단의 지위를 넘어 '바퀴 달린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내부에는 수십 개의 센서가 곁을 지키고, 탑재된 고성능 연산 플랫폼은 마치 인간의 뇌처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하며 명령을 내린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자동차 반도체 칩세트'라는 기술의 결실이 있다. 자율주행차의 가능성, 안전, 성패는 바로 이 달리는 컴퓨터의 성능과 신뢰성에 달려 있다.
◇ 칩세트, 자율주행차의 뇌와 신경망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GPS 등 센서가 차량을 둘러싸고 360도 환경 정보를 수집한다. 이질적인 센서 데이터는 '센서 융합'(sensor fusion, 서로 다른 센서인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에서 받은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된 정보로 분석하는 기술로 악천후에 취약한 카메라와 먼지·비에 민감한 라이다, 해상도가 낮지만, 기상에 강한 레이더를 결합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함) 과정을 거쳐 하나의 그림으로 통합되고, 초고속 신경망 연산으로 해석된다.
특히 초저지연 연산은 필수다. 자율주행차는 시속 100km로 달릴 때 100ms(밀리초) 지연만 생겨도 2.8m 더 나간다. 이는 모든 데이터가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돼야 함을 의미한다.
이 거대한 데이터를 한순간에 해석하기 위해 칩세트에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NPU(신경망처리장치)가 통합된다. 최신 칩은 초당 수십~수천 테라연산(TOPS: Tera Operations Per Second, 1초에 1조번 이상 연산) 수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칩세트 경쟁의 핵심 플레이어는 완성차 기업과 글로벌 반도체 및 ICT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엔비디아, 화웨이, 인텔(모빌아이), 퀄컴 등이 있다. 각 사의 칩세트는 고유 설계와 연산 능력, 통합 전략을 중심으로 경쟁한다.
테슬라는 엔비디아 의존을 벗어나 2019년 'HW3 전용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14nm 공정으로 개발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비자 옵션 중 'FSD'(Full Self-Driving, 테슬라가 출시한 자율주행 옵션으로 구매 장착과 구독모델로 출시)에 가는 테슬라 독자 설계 자율주행 칩이다. HW3의 테라 연산 속도는 72~144 TOPS에 달하며, HW4는 3~4배 강화, HW5는 첨단 4nm 공정으로 AI 모델의 정밀도를 향상하고 있다.
테슬라 HW3 소개 화면 |
테슬라 칩은 카메라 중심의 비전 시스템을 중시한다. 모든 주행 현장은 실시간 데이터로 수집하고 라벨링 돼, 현대적 신경망을 학습시킨다. 소프트웨어, 칩, 차량, 데이터의 유기적인 수직통합 플랫폼인 'OTA'(Over-the-Air, 온라인으로 무선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 방식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대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학습 플랫폼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키운다. OTA는 차량 출시 즉시 장착된다.
화웨이는 'Ascend'(어센드) 시리즈 AI칩, 'MDC'(Mobile Data Center) 플랫폼을 토대로 교통 인프라 연결형 자율주행 솔루션을 구축한다. MDC610(200 TOPS), MDC810(400+ TOPS)은 다양한 센서·상황을 실시간 학습하며,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 툴 체인까지 포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웨이 MDC 플랫폼 소개 이미지 |
◇ 칩세트 경쟁이 만드는 새로운 자동차 산업
자율주행차 칩 시장은 하드웨어 경합에서 데이터 생태계와 AI 학습 플랫폼의 승부로 확장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와 ICT, 반도체 기업은 AI 모델의 정밀도, 신뢰도, OTA·보안·검증성, 에너지 효율, 전기차 시스템과의 융합 등 복합 경쟁력을 겨룬다.
자율주행 시대의 '달리는 뇌'는 연산 기능 이상의 전 세계 수백만 대 차량이 공유하는 데이터의 실시간 학습, 위기 및 돌발상황 대응력, 법적·윤리적 안전 기초까지 모두 아우른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은 바퀴가 아닌 뇌다. 칩세트는 더 이상 핵심 부품이 아니라, 수많은 센서·AI·소프트웨어·데이터가 집적된 생명의 중심이다.
누가 더 빠르고 똑똑하게, 더 안전한 '달리는 뇌'를 구현할지에 따라 그것이 자율주행 산업의 승패를 가른다.
달리는 바퀴 아래, 이제 미래는 칩세트가 움직이는 세상으로 달려갈 것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ITS 아시아 태평양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