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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맛있는 커피와 빵집, 잘 꾸민 서점… 지방 청년 늘리는 7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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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세상]
    사시데 가즈마사, '온 더 로드'


    한국일보

    저자는 관계인구를 만드는 7가지 소프트 인프라 중 하나로 '맛있는 빵집'을 꼽았다. 사진은 일본 시즈오카현 작은 마을 미사쿠보 전경. 미사쿠보 상점가에는 대대로 이어온 '고마쓰야 제과'가 있다. 이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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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가 맞물리며 한국은 이미 2년 전 전국 시·군·구 228곳 중 52%가 '소멸위험지역'에 들어섰다(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위험 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 이대로면 2047년 전체 시·군·구의 7할이 '소멸 고위험단계'에 진입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보다 저출생·인구 소멸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 정부는 2019년 관계인구에 주목했다. 해당 지역에 살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인연을 맺는 관계인구의 유입이 실제 인구 증가와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 일본 지자체들은 관계인구 확산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놨다.

    신간 '온 더 로드'는 지역 재생, 이주 문제 등을 다루는 잡지 '소토코토'의 편집장이 온라인에 연재한 에디토리얼(사설)을 묶은 책이다. 스스로 도쿄와 고베 두 지역을 오가며 사는 저자는 인구소멸 지역들이 내놓은 관계인구 유치 방안 중 눈여겨볼 만한 사례를 소개한다.

    관계인구를 '관광 이상, 이주 미만'의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 저자는 "이주자라면 현지 원주민에게 뼈를 묻을 각오로 오라는 식의 혹독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라며 인구 소멸지역 주민과 정책입안자들의 기대를 꼬집는다. 각종 인구 유치 지원책이 실패한 배경이다. 저자는 관계인구 유치 정책도 지자체 간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주에 대한 개념을 "좀 더 가볍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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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더 로드'의 저자인 사시데 가즈마사. 이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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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을 지역의 관계인구로 유인하는 '소프트 인프라' 7가지도 소개한다. ①맛있는 커피 ②인터넷 속도가 빠른 와이파이 환경 ③같은 세대 동료 ④잘 꾸민 서점 ⑤활기찬 브루어리 ⑥편리한 공유 오피스 ⑦맛있는 빵집이다. 저자는 "지금은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같은 감각으로 관계인구가 되는 단계는 지났다"며 "그 장소에 매료됐기 때문에 (관계인구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등산의 베이스캠프와 같은, 방문객들이 마을을 살피기 전 짐을 맡기고 명소를 소개받을 만한 매력적인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성공하려면 관계인구 스스로 '이중거점 사고(서로 다른 두 지역을 오가며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는 생각)'를 하는 게 중요하다. 정기 후원, 지역 주민과의 온라인 모임 등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지역과 인연을 맺는다면 관계인구로 보고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지역 소멸 대응에 대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만듦새는 아쉬운 책이다. 생활 잡지의 사설을 모아 문체는 가볍지만, 생경한 해외 지명과 수십 년 전 일본 문화가 별도 설명 없이 이어져 한국 독자가 읽기는 만만치 않다. 저자의 대학 시절 스코틀랜드 연수 같은, 관계인구와 상관없는 개인 이야기가 많은 점도 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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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더 로드·사시데 가즈마사 지음·박우현 옮김·이숲 발행·312쪽·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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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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