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마트로시카' 공연 모습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까도 까도 새로운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겹친 반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극장 연극이 있다.
지난 1일부터 서울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상연되는 연극 '마트로시카'다. 나쁜 상황들이 휘몰아치듯 벌어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공연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극단 마트로시카 단원들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예측할 수 없는 혼란과 돌발 상황으로 가득한 무대가 자아내는 웃음으로 관객에게 유쾌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동했던 배우 윤제문이 극단 대표 남동진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일 공연에도 무대에 오른 윤제문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연극을 올리기 위해 시의원에게 아부하고, 이혼을 요구하며 공연을 방해하는 아내를 설득하는 윤제문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최고참 단원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우여곡절 무대를 이끌어가는 궉용준 역의 편준의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시간에 쫓겨 상한 도시락을 먹고, 후배들의 갈등을 중재하며 무능한 대표 대신 극단의 무게중심 역할을 하는 중년 배우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명확하게 관객에 전달하는 힘이 뛰어났다.
연극배우로서의 진로를 고민하는 전사라 역의 윤감송과 낙하산 배우 나화영 역의 최소연도 능청스러우면서도 톡톡 튀는 연기로 눈길을 끈다.
연극 '마트로시카' 공연 모습 |
배우들의 열연 못지않게 연극 '멧밥 묵고 가소' 작가로 잘 알려진 연출가 겸 작가 최해주의 연출력도 작품의 매력을 배가한다. 본 연극과 '연극 속 연극'을 절묘하게 교차하며 관객의 궁금증을 유도하는 방식은 마치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무대 위로 옮겨놓은 듯하다.
앞 장면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대사나 상황이 이어지는 장면에서 곧바로 해소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쉴 새 없이 터지는 반전 속에서도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이 같은 연출방식이 단말마 같은 웃음이 아니라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며 웃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다만 거듭되는 반전이 극 후반에 이르면 조금 식상하게 다가오는 점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또 빠른 호흡으로 전달되는 웃음 코드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버겁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연극 '마트로시카'는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관객에게 인사하는 연극 '마트로시카' 출연진 |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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