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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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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사까지 이럴수가” 5년 공부해 합격했는데 취업도 안돼…들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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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2018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 집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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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하고도 실무 수습 기관을 구하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들이 금융당국의 무리한 선발 확대 정책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서기로 했다. 이번 시위에는 100명이 넘는 수습 회계사뿐 아니라 현직 회계사들도 다수 동참할 예정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4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 앞에 집결할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같은 날 오후 3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회계법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일정에 맞춰 진행된다.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6%만의 사기업이 수습 회계사들을 원한다는 상황”이라며 “이미 여러 차례 회계법인들이 1000명 이상의 선발 인원에 대해 전원을 수용하고 양질의 실무 교육을 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력직 회계사들이 사기업으로 이직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1200명을 선발한 것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정책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업하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누적 6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비대위는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채용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발 규모를 확대한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회계사 합격자 수는 1200명에 달했으나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의 채용 규모는 총 800여명에 그쳤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는 합격 후 ‘특별실무수습’(대체교육) 과정을 마쳐야 한다. 특히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습기관에서 1년 이상의 실무수습이 필수다. 하지만 외부감사 실무 수습을 이수하지 못한 합격자 수는 2022년 165명에서 2023년 849명으로 급증했다. 합격자 상당수가 감사 경험을 전혀 쌓지 못한 채 ‘등록만 한 회계사’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외부감사 실무 수습은 이수하지 않더라도 세무대리 등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나 사실상 회계사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 영역에 중대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합격자 수 확대 정책이 결과적으로 신규 회계사들에게 실습 공백과 전문성 저하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은 “신규 회계사들이 외부감사 실습을 거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될수록 회계사 제도의 기능 자체가 저하될 수 있다”며 “선발인원은 확대됐으나 실습기관이 그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당국은 인원 축소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2026년도 공인회계사 시험 일정이 발표되는 11월에 다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추가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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