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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소녀상 활동한 독일 교수 "연대의 상징 우토로, 유럽도 알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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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테피 리히터 전 독일 라이프치히대 교수
    역사 수정주의에 저항, 獨 소녀상 설치 지원
    "우토로 향후 독일서 방송…유럽서도 확산"
    "극우에 대한 저항 위한 연대, 새로운 단계"


    한국일보

    슈테피 리히터 전 독일 라이프치히대 교수가 13일 일본 교토부 교토시 도시샤대 이마데가와캠퍼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교토=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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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토로 마을 사례처럼 지역의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제1회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이사로 참여한 슈테피 리히터 전 독일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 교수는 13일 한국일보와 일본 교토부 교토시 소재 도시샤대 이마데가와캠퍼스에서 만나, 역사 문제에 대한 글로벌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력의 개입으로 묻힐지 모르는 역사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학문과 예술의 연대가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일본 교토부에서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되는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이 '이주, 정착, 공생'을 주제로 불행한 역사 속에서 벌어진, 차별에 맞선 저항 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은 그 예다.

    한국일보

    일본 교토부 우지시 소재 우토로평화기념관에 12일 우토로 주민들을 촬영한 사진이 전시돼 있다. 우지=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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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히터 전 교수는 역사 수정주의 세력에 저항하는 독일 지식인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곳곳에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역사 수정주의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연구해 왔다"며 "일본 우익 세력이 역사 수정주의를 노골화한 2000년대부터는 교과서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리히터 전 교수가 이번 아트페스티벌에 참여한 건 특히 2022년 10월 교토부 우지시 소재 우토로마을을 처음 찾았을 때 받은 충격 때문이다. 우토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일본군 교토 비행장 건설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머문 곳이다. 1987년 강제 퇴거 위기에 놓였지만, 주민들의 저항과 한일 시민단체,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터전을 지켜냈다.

    한국일보

    슈테피 리히터 전 독일 라이프치히대 교수가 13일 일본 교토부 교토시 소재 도시샤대 이마데가와캠퍼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교토=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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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 인근에 일본 자위대 기지가 있다"며 "과거 비행 기지 건설에 동원된 아픔 속에서도 현재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직접 본 건 학자로서 엄청난 기회였다"고 말했다.

    리히터 전 교수는 이번 페스티벌이 우토로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일의 한 방송사가 우토로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독일은 물론 유럽에 알리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연대가 점차 확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특정 지역 문제를 글로벌 문제로 키우는 건 향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반이민을 내세운 우익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는 요즘이야말로 각 지역·분야 간 연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향후 (우익에 맞선) 저항 활동 시 누구와 힘을 합치고 어떤 방법으로 연대할지 새롭게 고민하고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교토=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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