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이 지난 10월 7일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첫 공연부터 기립박수와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이번 작품은 현지 언론의 호평 속에 본격적인 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공연은 오는 11월 14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8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과 일본 신국립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초연된 ‘야끼니꾸 드래곤’은 재일한국인 2.5세인 정의신 연출이 자신의 삶과 시대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연출한 작품이다. 14년 만의 재공연인 이번 무대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더욱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정 연출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사회적 약자와 이방인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다. 그는 2023년 영화 ‘기생충’을 연극으로 각색해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 관객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응축한 수작으로, 재일교포 가족의 삶과 정체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사실주의 연극의 정석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은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을 배경으로, 전쟁으로 한쪽 팔과 아내를 잃은 용길이 곱창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재일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단한 현실과 차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가 웃음과 눈물로 교차하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와 새롭게 합류한 한일 배우들이 함께한다. 아버지 용길 역은 이영석, 어머니 영순 역은 고수희가 맡고, 박수영·김문식·정수연 등이 출연한다. 일본에서는 국민배우 치바 테츠야를 비롯해 무라카와 에리, 지순 등 초연 멤버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정 연출은 “재일한국인들이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관객이 그들의 삶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며 “이번이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많은 관객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