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회용 컵·빨대 각각 10억개 사용
올해 상반기에도 일회용 컵 사용 5억개 ↑
서울의 한 카페에 플라스틱 빨대가 진열돼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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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지난해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이 다시 10억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가 완화된 일회용 빨대도 사용량이 10억개를 돌파했다.
14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제과점 24개 업체가 사용한 일회용 컵은 10억7179만728개로 집계됐다. 일회용 빨대는 10억2339만7721개였다.
이들 24개 업체는 지난해 초 기후부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및 회수·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일회용 컵·빨대 사용량을 관리해왔다.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빽다방·이디야 등 17개 커피전문점과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 등 5개 패스트푸드점,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2개 제과업체가 협약을 맺었다.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19년 7억7311만개에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9억6725만개로 급증한 뒤 2022년 10억3590만개로 정점을 찍었다. 2023년에는 9억3989만개로 소폭 줄었다. 다만 정부와 협약한 브랜드는 2022년 19개, 2023년 17개로 차이가 있었다.
올해도 일회용 컵·빨대 사용량은 10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만 일회용 컵이 5억1065만개, 빨대는 4억5780만개가 사용됐다. 업계는 음료 수요가 집중된 여름철 성수기 등 영향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자체 캠페인을 통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도넛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는 다회용컵 사용 시 메뉴 가격을 400원 할인하고, 종이 빨대를 우선 제공하고 있다. 이디야도 200원 할인 혜택과 음용형 뚜껑을 도입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였다. 직영으로 관리하는 스타벅스는 개인컵 이용 시 400원 할인을 적용한다. 텀블러 세척기 설치도 확대 중이다.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로 친환경 정책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정부는 2023년 11월에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이후 업계는 플라스틱 빨대를 부활시키며 일회용품 사용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또 정부는 2022년 6월 일회용 컵 보증제를 전국적으로 의무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같은 해 12월 세종과 제주에서 축소 시행한 뒤 전국 확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매장의 보증금제 참여율은 한때 96.8%에 달했으나 지난해 1월 54.7%까지 떨어졌다. 일회용 컵 반환율은 78.5%까지 올랐다가 60.7%로 내려갔다. 제도 참여 매장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인식도 약화됐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도 가맹점주들이 관리 비용 부담을 호소하며 참여를 꺼린다”며 “최근에는 소비자가 일회용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면서 사용량 관리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일회용품 관련 정책을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로드맵에 포함해 연내 추진할 예정이다. 가격 내재화 방식으로 일회용품 부담금을 생산자·소비자에게 부과하거나 플라스틱세 도입, 일회용품 유상판매 등이 거론된다. 기후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거쳐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동참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의 할인 혜택이나 환경 기금 조성 사업을 지원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일회용품 감축은 보여주기식 규제가 아니라 원천 감량이 원칙이어야 한다”며 “소비자 불편없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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