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발언" 거리 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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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4일 최근 자신이 주장해온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정돈되지 않은 의견 표출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국가론은 정부 공식 입장과 다른데, 계속해서 주장할 것이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정부 내에서) 지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두 국가론이 헌법에 배치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정 장관은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평화적인 두 국가를 제도화하는 것이 바로 통일의 문을 여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두 국가로 못 가고 있기 때문에 통일로 못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 속에서의 두 국가론을 말하는 것"이라며 "두 입장 모두 사실상의 두 국가를 인정하지만, 북한을 법률상 국가로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설명했다.
정 장관은 최근 여러 공식 석상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을 설명하며 공론화를 시도했다. 이는 "남북은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정의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 위헌 소지가 있는 점에서 논란을 낳았지만, 정 장관은 오히려 "정부 공식 입장이 될 것"이라고 맞선 셈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월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의 두 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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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의 이 같은 주장이 정부 내에서 무게감 있게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장관 발언과 관련, "통일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반응했다.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부처 수장으로서의 의견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정 장관의 두 국가론은 "개인 의견으로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의 거듭된 주장에 김석기 외통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디로 가는지 국민이 혼란스럽다"고 질타했다. 두 국가론 문제에 대해 줄곧 질의한 안철수 의원도 "(정 장관의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여당에서도 조차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어마어마한 개념, 즉 통일론을 바꾸는 일인데, 국민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우려가 나왔다.
두 국가론을 둘러싼 정부 내 엇박자로 혼란스럽다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 정동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석기 위원장이 "이 대통령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장관은 즉답을 피하다 "(이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지에 대해 정 장관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11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북미 대화에 나선 점을 근거로 들며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부쩍 핵무력을 과시하고 있는 게 8년 전 처럼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기 위한 준비 작업일 수 있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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