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대두·희토류·해운까지…미중, 말뿐인 대화에 교역국 ‘십자포화’[미중 무역전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진핑과 좋은 관계”→“거래중단 검토”

    미중 대화끈 잡고있지만 돌파구 못찾아

    中, 희토류 옥죄기에 美대두 수입 중단

    입항료 징수 맞불 ‘해운전쟁’ 본격 점화

    韓·EU 등 교역상대국 피해 일파만파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중국에 식용유 등 다른 품목의 거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중국을 향한 공격성 게시글을 올렸다. 불과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오락가락한 발언에 교역국과 금융시장이 방향성을 읽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각회의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오찬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진핑과 좋은 관계(12일, 현지시간)”→ “중국과 괜찮아질 것(14일)”→“중국에 식용유 등 다른 품목 거래 중단 검토(14일)”

    하루에도 몇번씩 돌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과 이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심화로 교역상대국들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이달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양측의 협상력을 최대화하려는 ‘강대강’ 대치에 한국을 포함한 교역국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다시 고조된 미중 충돌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강화를 기점으로 대두, 해양산업까지 확전을 본격화했다. 관세 부과에 머물렀던 신경전이 희토류, 배터리, 인조다이아몬드 등 전략물자 수출 통제는 물론 입항수수료 맞불, 대두 갈등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경제 충격이 한층 가중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한 것은 다른 한국 기업으로 제재를 확장할 수 있어 추가 피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 협력해 국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과 해당 기업의 소속 국가에는 보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희토류 통제 이어 해운, 대두…‘협상카드용’ 강대강 대치 확산일로=미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두 경제대국의 무역전쟁은 사실상 교역상대국들을 ‘십자포화(crossfire)’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국의 금속 및 자석 수출 제한은 이를 사용하는 유럽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미치며, 이들 제품은 유럽 내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된다”며 “중국에서 제작된 선박에 대한 관세는 미국 항만에 기항하는 ‘비(非)중국계’ 선사에도 적용된다”고 짚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역외(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희토류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휴대전화, 풍력 터빈, 거의 모든 현대 전자기기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자동차, 전자, 방위 산업 등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고급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도 다음달 8일 시행 예정이다.

    유럽연합(EU) 기업들은 생산 차질과 공장 폐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로베르토 바바소리 이탈리아 자동차산업협회(ANFIA) 회장은 밀라노에서 열린 자동차 콘퍼런스에서 “이전의 공급 차질에 비해 현재 상황이 더욱 불안정해졌다”고 우려했다. 바바소리 회장은 “제조사들이 최근 몇 달간 중국의 공급 제한에도 생산량을 유지했지만, 희토류 금속 비축량이 고갈되어 새로운 수출 제한에 더욱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지난 4월 예고한 입항 수수료도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예고한 대로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순t당 50달러(약 7만원)의 입항 수수료(단계적으로 인상해 2028년 t당 140달러)를 부과하는 정책을 이날 발효시켰다.

    중국 역시 미국 정부의 입항 수수료 부과 시일에 미국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해 맞불을 놨다. 미·중 무역갈등 전쟁터는 대두로까지 확대됐다. 중국은 지난 13일 브라질 등으로 공급국을 확대한 것이 성공적이라는 자체 분석을 내놓으며, 향후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대두 수입 재개를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중국의 ‘미국산 대두(콩) 수입 중단’을 비판하며 식용유 및 다른 교역 품목과 관련된 중국과의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보복 조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으로 미국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협상 주도권 경쟁 높이는 미중…“양국 대화에도 회담 전 휴전 불투명”=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조치가 미·중 양국이 향후 예상되는 무역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주고받는 일련의 보복 조치 중 최신 사례로 미국을 상대로 해상 지배력 경쟁을 본격적으로 격화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화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양국 모두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전에 휴전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며 “중국의 최근 희토류 및 해운 조치로 인해 한국 같은 국가가 미국 쪽에 더 기울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울프리서치의 토빈 마커스 애널리스트는 “조금만 더 긴장이 높아져도 올해 4월에 준하는 금수조치(quasi-embargo)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중국의 전략이 명확하지 않고 관세 발효 시점도 임박해 있어 합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영철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