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여객 늘렸지만 아직 성장궤도 안착 못해
재무상태도 아쉬워…업계 경쟁 포화도 부담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을 당분간 매물로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최근 매각설이 돌았지만 이는 매각자문사들 사이에 오해가 번진 '해프닝'으로 전해졌다. PE업계 관계자는 "매각자문사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원매자를 찾아보겠다는 제안을 했고, 여기에 '좋은 원매자가 있으면 팔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는데 부풀려진 것으로 안다"며 "제값을 받기에는 상황상 어려워 당분간 안고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VIG파트너스는 현시점이 이스타항공을 매각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시장의 눈높이에는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판단이다. 여전히 이스타항공은 누적된 손실이 자본금을 뛰어넘는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49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199.4%에 달했다. VIG파트너스는 4호 블라인드펀드로 2023년 이스타항공을 4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2000억원 이상 투입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물론 이스타항공은 인수 초기 대비 대폭 성장했다. 2023년 3월 3대였던 항공기는 이달 기준 19대까지 늘렸다. 연말까지 20호기도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1~9월 기준 여객 규모는 603만87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었다. 에어프레미아(11.2%)에 이어 증가율 2위로, 같은 기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전체 여객 수가 0.1%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흑자 전환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항공사 수익성은 유가, 환율, 수요 회복세, 경쟁 강도 등에 매우 민감한데, 이 변수들이 단기간에 매각에 유리한 수준으로 맞춰지기 힘들다. 출혈 경쟁 가능성도 여전하다. 국내 LCC 전체 공급량이 증가하는 반면, 여객 수요 증가세는 덜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초 파라타항공(구 플라이강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취득하고 항공권 판매를 개시했다. 국내 LCC 업체가 미국과 같은 9개로 늘어났다. 업계 전반이 자칫하면 '치킨게임'에 돌입해 운임 하락 압박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항공업계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LCC 간 구조조정 등 시장 재편 국면에 놓여 있다. 격변기에 변수가 많은 매물을 과감히 투자할 유인이 적어 당분간 VIG파트너스의 품에서 성장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설에서 거론된 몸값 5000억~6000억원을 정당화하기에는 실적 모멘텀이 충분한지 의문이 남아있다"며 "인수 이후 부채, 경쟁 압박, 노선 확보 허가 및 규제 등 부담이 만만치 않기에 과감히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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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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