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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이 로봇 만든다는데"...국내 中企는 여전히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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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쌓이지만 활용 못해 ‘AI 사각지대’ 고착
    숙련공 은퇴·청년 기피로 현장 단절 가속
    “정부, 공공·농업 등 전 산업 확산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9월 3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산업 AI 엑스포'에서 AI 스타트업 클레비가 인간 동작을 학습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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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결합한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제조업 생태계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문제는 이 혁신의 흐름에서 국내 중소기업 다수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 혁신의 주역이 돼야 할 중소제조업이 데이터는 쌓이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 중 제조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은 전체의 60.8%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AI를 도입한 기업은 0.1%에 불과했다. 사실상 '데이터 사일로'가 고착화된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미래연구원은 '피지컬 AI 시대, 제조업 혁신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구조적 요인'의 복합 작용으로 진단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은 노동력 부족과 숙련공 이탈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로 숙련 기술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생산 차질과 품질 저하가 악순환을 낳고 있다.

    조선·금형·용접 등 현장 기술직군의 미충원율은 10%를 넘는다. 2024년 조선업 미충원율은 14.7%로, 산업평균(8.3%)보다 6.4%p 높았다. 이런 인력 공백은 AI·로봇 자동화로 메워야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초기 투자비용과 시스템 구축 부담 탓에 도입을 미루는 실정이다.

    글로벌 대기업은 이미 피지컬 AI를 활용해 제조 효율화를 앞당기고 있다. 일본 화낙은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무인 생산체제를 가동하며, 하루 50대의 제조 로봇을 생산한다. 중국 샤오미는 △사람 △조명 △냉난방이 없는 '3무(無)' 다크팩토리(무인공장)을 구축했고, 폭스콘은 '팩토리 GPT' 기반의 디지털 트윈 공장으로 공정 오류율을 최소화했다.

    반면 국내 중소제조업은 장비·소프트웨어·데이터 표준이 통합되지 않아 '각자도생'에 머문다. 보고서는 "현재 피지컬 AI 제조 현장은 제조사마다 다른 방식으로 설비가 작동해 상호 연계가 어렵다"며 "개방형 제조 운영체제(OS) 개발 지원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상하이의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 오픈 플랫폼 '오픈룽(OpenLoong)'을 운영해 개발자와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로봇 OS를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미국의 피규어AI는 로봇 학습 데이터 확보를 위해 1조3000억원 규모의 'Go-Big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은 데이터 접근성과 공유체계가 부족하다. 숙련공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디지털화하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숙련공의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제조 명장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관리·확산해야 한다”며 “지역별 가상융합산업지원센터를 통합한 피지컬 AI 실증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타트업에겐 피지컬 AI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조 분야 특화 대형기계모델(LMM)은 △3D CAD △공정 데이터 △설비 운영정보를 학습해 설계 자동화와 공정 최적화를 수행한다. 범용 대형언어모델(LLM)보다 산업 전문성이 높아, 스타트업이 산업별 데이터셋으로 차별화할 여지가 크단 설명이다.

    피지컬 AI를 제조업에 한정하지 말고 공공 부문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I 로봇이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수행하고, 농업 자동화로 인력난을 해소하며, 공공시설 유지보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수요는 정부 조달을 통해 창출하는 방식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이승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 데이터의 경우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라며 "기술 진화의 속도에 맞춰 관련 인증과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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