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가 19일(현지시간) 라파스에서 대선 결선 투표 결과 발표 후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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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중도파인 로드리고 파스 상원의원(58)이 당선돼 20년 만에 좌파 정권이 막을 내렸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는 이날 결선 투표에서 기독민주당(PDC) 파스 후보가 54.53%를 얻어 자유민주당의 우파 성향 호르헤 키로가 후보(45.47%)를 앞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진행된 1차 투표에서 파스와 키로가 후보는 각각 32.06%와 26.70%를 얻어 이날 결선 투표가 이뤄졌다. 3위(19.69%)를 기록한 중도 우파 성향 사무엘 도리아 메디나 후보는 탈락한 뒤 파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좌파 성향 안드로니코 로드리게스 후보는 8.51%에 그쳤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가족과 함께 연단에 올라 "오늘 볼리비아는 이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볼리비아는 변화와 쇄신의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 당선인은 좌파 출신 대통령인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아들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는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라는 구호 아래 분권화, 감세, 재정 건전성을 추진하되 사회복지 지출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점진적인 경제 개혁 노선을 내세웠다. 또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국가의 광대한 광물 자원을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파스 당선인과 러닝메이트인 경찰 출신 에드만 라라(40) 부통령 당선인은 노동계급과 농촌 유권자 사이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AP통신은 유권자들이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약 20년 동안 집권해 온 좌파 사회주의운동당(MAS)의 과도한 재정 지출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키로가 후보가 이끄는 우파 정권으로의 급진적인 전환은 경계했다고 분석했다.

19일(현지 시간) 볼리비아 타리하에서 대통령 결선 투표 초반 개표 결과 중도 성향 기독민주당 로드리고 파스 후보가 앞서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볼리비아 대선 결선 투표 결과 파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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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로가 후보는 1997~2001년 독재자 우고 반세르 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했다. 2001년 반세르 당시 대통령이 암 투병으로 물러나면서 대통령직을 승계해 2002년까지 남은 임기를 채웠다. 반세르 정권은 인권 탄압·부패·외채폭증 등 여러 방면에서 실패하며 볼리비아의 암흑기로 불린다. 키로가는 이후 2005, 2014, 2020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매번 탈락했다.

이번 선거로 볼리비아 좌파 정권은 20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AP통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좌파 모델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볼리비아가 시장 중심의 현실적 개혁 노선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볼리비아 좌파 정권은 2006~2019년 역임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2020년부터 재임한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이 서로 분열하면서 자멸했다. 또 과도한 재정 지출과 반(反)시장정책에 따른 경제난, 관료 무능과 부정부패, 추문 등으로 유권자의 분노를 샀다.

볼리비아 첫 아이마라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는 성관계를 위해 15세 소녀를 인신매매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지지자에게 투표용지를 훼손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19일에는 "우리는 국민의 불멸의 힘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달 8일 취임한다. 볼리비아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파스 당선인의 임기는 2030년 11월까지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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