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투자자와 콜옵션 행사 협의 중..투자 원금 일부 상환 절충안 유력 검토
11번가 기업 가치 2.6조원→8000억원으로 하락..M&A 대비 고강도 구조조정 지속
11번가 CI. /사진제공=11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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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가 자회사인 국내 1세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1번가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일부 자금을 상환할 전망이다. 여기에 2024년 초부터 추진 중인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11번가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최근 11번가 FI 컨소시엄 측에 콜옵션 행사 관련 협상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G 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FI 컨소시엄은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약 18%를 보유 중이다. 총투자액 중 약 70%인 3500억원을 국민연금이 냈다.
SK스퀘어는 당시 5년 내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투자 계약서엔 기업공개가 무산될 경우 SK스퀘어가 FI의 지분을 되살 수 있는 매수청구권(콜옵션)과 함께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면 FI가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드레그얼롱) 조건이 포함됐다.
첫 콜옵션 만기 시점인 2023년 10월 SK스퀘어는 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콜옵션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FI는 드레그얼롱 조건을 발동시켜 2024년 초부터 11번가의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여러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타진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년이 지난 이달 초 2차 콜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했다. SK스퀘어는 이번엔 FI 측에 예전과 다른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의 현재 시장 가치를 반영한 지분 평가액을 토대로 일부 금액을 상환하되, 나머지 금액은 매각 협상 이후로 상환 시점을 유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상환액 기준에 대해선 양측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FI 측은 원금이 손실되지 않도록 2018년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원금 상환액을 책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SK스퀘어측은 그동안 11번가의 기업 가치가 하락한 점을 고려해 원금 상환액을 조율해야 한단 입장이다.
박현수 11번가 대표이사. /사진제공=11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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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K스퀘어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약 2조6000억원대였던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8300억원대로 6년 만에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이커머스 업계가 재편되고,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초저가 상품으로 시장에 침투하면서 경쟁에 밀린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의 영업난이 가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SK스퀘어는 11번가 콜옵션 행사 문제를 최대한 원만하게 마무리하겠단 입장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11번가 지분 콜옵션 관련 협상은 이르면 11월 중엔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체적인 합의안은 협상이 확정된 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향후 M&A에 대비해 고강도 자구책을 지속하고 있다.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본사를 서울역에서 경기 광명으로 이전했고, 지난해 말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입사 1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매월 희망퇴직을 받으며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
또 손실이 큰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오픈마켓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번가의 매출은 2022년 7890억원에서 2024년 5618억원으로 약 29%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515억원에서 754억원으로 절반 가량 축소됐다. 지난 4월 선임된 박현수 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올해 수익성 개선을 가속화해 전사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 달성으로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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