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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훈풍’ 불던 한일 관계, 다시 냉각기 접어드나 [일본 첫 여성총리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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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내각 극우 인사 임명에 촉각


    한일 관계에 불던 훈풍이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으로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유신회와 연정을 공식화하고,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새 내각을 꾸리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이시바 시게루 내각 시절 복원 기미를 보이던 한일 간 신뢰의 흐름이 이번 정권 교체로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다카이치 내각은 자민당의 공명당 결별 후 유신회와 손잡으며 '보수 대연합'을 표방했다. 그러나 내각 구성원 면면은 외교·안보 전선에서 한층 더 강경해졌다. 새 내각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이 외무상에, 보수 개헌론자인 가타야마 사쓰키를 재무상에 임명키로 했다.

    이 같은 노선은 한일 관계의 미묘한 균형에도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여론이 다시 보수 쪽으로 기울 경우 강제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현안이 외교 갈등의 뇌관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자 아베'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여러차례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역사 문제로 일본을 압박하는 외교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다카이치 총리의 오래된 신념으로, 한국에서는 이시바 시대의 훈풍이 멈출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994년 중의원(하원)에서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일본의 과거사에 사죄한 것에 대해 "50년 전 지도자가 했던 일을 현 총리가 사과할 권리가 있냐"고 강경 비판했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다카이치의 상징적 행보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는 매년 춘·추계 예대제(제사)에 참배해왔고 총리 취임 후에도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외교적 고려로 가을 예대제 기간에는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중도 성향인 의원들과 주변국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본 새 내각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는 유지되더라도 일본이 독자적 외교 행보를 강화할 경우 한국이 선택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일본 내 일각에서는 유신회가 연정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경제·기술 협력 분야에서 현실주의 노선을 보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유신회와 연정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유신회는 관료 개혁과 지방 분권을 강조해온 정당으로, 자민당의 보수적 중앙집권 노선과는 차이가 크다.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도 "보수 통합이지만 내부 마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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