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경영위기 경고음...국민연금, 중점관리기업 지정
‘주가 100만원’ LG화학, 30만원대로 추락
LG엔솔 지분 담보로 생명연장 시도
“화학주 판다”...기관투자가, 석유화학 투자 축소 기조
이 기사는 2025년10월23일 16시0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LG화학(051910)을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주가 100만원을 넘나들며 ‘국민 우량주’로 불렸던 LG화학은 현재 30만원대로 추락했다. 배터리 부문을 떼어내 별도 상장한 이후 주가 하락이 장기화하고, 석유화학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비공개 조치가 위기감이 반영된 경고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이데일리 취재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상반기 LG화학을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 주주로서의 관여 수위를 격상했다.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주주관여 대상 기업 120곳 가운데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단 29곳에 불과하다. 대형 상장사인 LG화학이 이례적으로 이 명단에 포함된 것은 ‘경영개선이 시급한 기업’으로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배당·지배구조·ESG 등에서 중대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포착될 경우, 공개 경고에 앞서 ‘심층 대응이 필요한 문제기업’으로 판단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다. 지정 이후 1년간 개선이 없으면 공개 행보에 나선다. 이번 조치 역시 장기적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전경.(사진=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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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 전반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어려움을 겪으며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LG화학 역시 업황 둔화 속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의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은 9145억원으로 전년 동기(6464억원) 대비 41.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015억원에서 1485억원으로 63% 급감했다. 핵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 부진에다, LG화학의 배당성향이 20%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과거에도 핵심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20년 국민연금이 반대했음에도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을 강행했고,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당시 회사 측은 분할이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장에서는 핵심 사업이 빠져나가며 모회사 가치가 훼손된 결과가 현재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사업 위기는 결국 재무 여건 악화로 번졌다. 최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담보로 2조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유동화를 추진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주력 자산을 담보로 생명 연장에 나선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융비용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Pelham Capital)이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LGES) 지분 81.84%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주주제안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위기상황의 연장선에 있다. 팰리서가 주장한 ‘저평가’의 근저에는 LG화학에 대한 경영 신뢰 저하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이 잇따라 개입에 나선 것이 LG화학의 경영위기를 보여주는 뚜렷한 신호라고 지적한다.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는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듯 보이지만, 거액의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의 위기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신호이기도 해서다.
다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석유화학에 대한 비중 축소 기조가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한 LP 고위 투자 책임자는 “조선업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을지 몰라도 석유화학은 고부가 전환이 쉽지 않아 사정이 다르다고 본다. 앞으로 내리막길이 예정돼있다 보고있어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장기투자 관점에서도 망하는 곳이 나올수 있는 투자처에서는 비중을 줄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려울 때 뺨 때리는 식으로 냉정하게 들릴수 있겠으나, 회원(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기관이 기업 사정을 봐가며 투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에 국민연금의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다음 주주총회까지 반영 가능한 개선사항들을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실무진과 이사진 등 필요한 대면 미팅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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