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이태원 참사·밀양 병원 화재·동해안 산불 화재 감사 분석
"지자체 대응 역량, 응급의료체계, 정보통신 인프라 활용 부족"
"제도·인프라 외형적 확충보다 재난관리체계 실효적 가동 중요"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심정지 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2.10.30. livertrent@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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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2022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2018년),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 화재(2022년) 등 지난 5년 간 대형 재난 3건을 감사한 결과, 지자체 등 일선 현장의 대응역량 부족, 응급의료체계 부실 작동, 정보통신 인프라 활용 저조가 공통적인 취약요인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유사재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인프라의 외형적 확충보다 국가 재난관리체계가 재난현장에서 실효적으로 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해 재난대응 현장조직·인력의 권한·책임·역량을 강화하고, 재난 응급 의료체계의 대응성, 재난통신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는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은 23일 공개한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태원 참사는 기초지자체가 법령·매뉴얼 등 정해진 행동기준에만 의존해 신종재난에 취약하고, 신속·적절한 초동대응에 필요한 경험·전문성 취약 등 전반적인 역량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용산구는 참사 당시 소방의 NDMS(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전파를 받고도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상황근무 중이던 당직자 등이 사고발생 사실을 제때 인지하지 않고 행안부가 상황을 재차 전파한 뒤에야 인지했다. 주민에게 재난문자를 송출하라는 행안부의 지시도 1시간 18분이 지난 뒤에야 이행하는 등 당시 용산구의 NDMS를 통한 재난상황 인지, 내외부 전파 및 재난문자 발송 등 초동대응이 총체적으로 미숙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경찰은 총 94건의 압사 신고를 접수했으나 내부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청장은 최초 신고접수 이후 약 2시간이 지난 뒤에야 사고사실을 인지했고, 관내 현장치안을 담당한 용산경찰서장은 최초 압사사고 발생 이후 1시간여 지난 후에 경찰관기동대의 현장 출동을 지시했다.
보건소 인력의 재난현장 출동경험 및 숙련도 부족 등으로 재난현장에서 신속·효과적인 의료대응의 한계도 감사에서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용산구보건소는 출동요청을 받은 지 76분이 지나 사고현장에 도착해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했고, 현장 도착 후에도 주임무인 환자 중증도 분류에 참여하지 않고 보조업무만 수행했다. 병원별 잔여병상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만 환자 이송을 지휘한 결과 이송환자의 91.1%(총 79건 중 72건)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는 등 현장응급의료소 지휘·통제는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재난안전통신망과 폐쇄회로(CC)TV 관제정보 등 정보통신 인프라가 갖춰져 있음에도 품질 미달·사용법 미숙지 등으로 인해 실제 재난현장에서는 활용도가 저조했던 사실도 감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유관기관이 공동통화·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재난안전통신망 대신 상황전파·보고를 주로 카카오톡 등 개인 통신수단을 사용했고, 그마저도 사고 당시 현장 인근의 상용망 트래픽이 폭증하자 정확한 상황파악이 곤란했다. 용산구(통합관제센터)는 사고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14대로 인파 밀집이 고조되는 상황을 관제하면서도, 이를 재난대비 당직자(상황실)에게 공유하거나 소방·경찰 등에 제공할 의무·절차가 없어 공유하지 않았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 등 다른 대형재난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유사한 초동대응 부실 등 문제가 반복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밀양시 보건소는 응급환자분류표를 환자에 부착하지 않아 이송병원이 신속한 초동진료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울진 산불의 경우 발화지를 조망할 수 있는 CCTV가 있었지만 전담 감시인력 부족 등으로 초기 발견에 실패했다.
이러한 대형 재난 발생 후에도 기초지자체의 재난대비, 대응 역량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이태원 참사 계기 모든 지자체 상황실에 전담인력을 24시간 두겠다고 했으나 감사 결과 10개 지자체 중 5곳이 전담인력을 두지 않은 채 여전히 당직자에게 상황근무를 병행시키고 있었고, 당직자 1289명 중 재난교육 이수자는 17.1%(221명)에 불과하는 등 재난대응역량이 미흡했다.
이 때문에 최근 3년간 대형재난 67건 중 행안부가 상황을 알려줄 때까지 지자체가 상황을 인지 못한 경우가 52.2%(35건)였다. 상황실의 재난문자 발송 소요 시간은 평균 1시간 39분이었고, 67건 중 41.8%(28건)는 재난문자 발송조차 누락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재난유형별로 매뉴얼을 작성하는 현 체계에서 2008∼2023년 법정 재난유형이 21개→41개로 증가하자 지자체 매뉴얼도 2399개→8837개로 증가했지만 매뉴얼 자체의 부실, 부정확 등 오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활용성은 떨어졌다. 감사원은 "현재처럼 재난유형별로 매뉴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복합·신종재난 발생 시 어느 매뉴얼을 적용할지 판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재난대비 교육·훈련은 사전에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는 등 여전히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현장 재난책임자의 역량·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체계적인 인사관리도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감사원은 재난총괄부서장에게 동일직급 대비 2배 이상 파격적 보수 지급 등 혁신적 인사제도 도입 및 장기근속 유도를 통해 전문성을 제고하도록 하고, 재난유형별로 구분된 매뉴얼을 기능중심 통합형 행동매뉴얼로 단순화하도록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이와 함께 보건소의 출동경험 및 역량이 부족해 실제 재난현장에서 사상자 분류·이송 등이 미숙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기초지자체 보건소의 재난응급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재난 응급의료체계 개편방안 검토 등을 포함한 재난 응급의료분야의 개선대책을 수립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과 소방청장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정부는 세월호 등 대형재난 이후 매번 국가 재난관리체계를 개편하고 인프라 투자를 지속했으나, 이태원 참사 등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그간 재난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제도·인프라 확대에만 집중하고 실제 현장에서 재난관리를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성을 갖춘 재난관리책임자를 채용하고 담당자의 책임,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며 이에 걸맞는 처우를 제공하는 등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정부의 의지와 혁신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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