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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AI가 수행도 대신해줄까?"… 목사도 스님도 AI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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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나부터포럼', AI 세미나 개최
    조계종도 경전 연구에 AI 활용 실험
    AI 활용 찬양가 만들고, 경전 해석 등
    "종교적 수행과 통찰 영역 대체 불가"

    편집자주

    아는 만큼 보이는 종교의 세계. 한국일보 종교기자가 한 달에 한 번씩 생생한 종교 현장과 종교인을 찾아 종교의 오늘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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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요한 차의과학대학교 교수가 2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나부터포럼이 개최한 'AI, 너에게 교회의 내일을 묻는다' 행사에서 인공지능(AI)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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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종교계는 인공지능(AI) 공부에 한창이다. 그동안 AI가 인간의 윤리적 가치에 도전하고 종교적 가치와 영성을 파괴할 우려가 높아 AI를 금기시했던 분위기에서 확 달라진 모습이다. 일상에서 AI가 널리 쓰이는 만큼 종교계도 AI 기술을 활용해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한 종교 챗봇과 앱은 이미 등장했고, 경전 해석과 연구에도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종교계, AI 활용 세미나 잇따라 개최


    지난 20일 열린 개신교단체 '나부터포럼' AI 세미나 현장에는 여러 교단 대표와 신학교 총장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구요한 차의과대학 교수가 자신의 묵상을 토대로 음악을 생성하는 AI '수노'가 만든 찬양 가사를 시연하자 참석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선 종교 현장에서 활용할 가치가 높다는 평가와 AI가 만든 찬양을 종교적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었다. 구 교수는 "목회 자료를 정리해 AI를 활용한다면 유용한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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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사찰승가대학 상주교수 스님들이 9월 30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개최한 '수행·교학·AI의 통합적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자홍 스님의 강연을 듣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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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종교계에선 주로 AI 개발의 가속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의 가능성과 인간의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걱정해 왔다. 교황청은 'AI 열풍'이 일기 전인 2020년 '로마 선언'을 통해 AI 개발에 윤리적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엔 AI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독교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도 2023년 6월 성명을 통해 "막대한 위험이 잠재한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런 선언들이 AI의 사용을 완전히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윤리성이나 사회 정의 등 여러 가지 단서를 달고 있을 뿐, AI의 '선용'은 인정하는 추세다. 게다가 교계 현장에서 AI를 사용하는 일은 이미 흔하다. 특히 개신교의 수용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인데, 목회자 가운데는 일정이나 안내문 작성 등 목회의 일상 업무뿐 아니라 설교문 작성 등에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단의 고령화 문제로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열망이 큰 개신교로선 'AI 세대'를 붙잡아야 하는 절박한 사정도 있다.

    '나부터포럼' 대표인 류영모 목사는 "AI는 기회이자 동시에 위험성이 있고,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AI 문해력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교회도 AI를 적극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에게 AI 사용법을 나누기 위해 다음 달 후속으로 AI 실습 세미나도 준비 중이다.

    불교도 본격적으로 AI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수행·교학·AI의 통합적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불교학을 연구하거나 강의하는 스님들에게 AI 활용법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행사였다. 동국대 HK연구단 보조연구원 자홍 스님은 이 세미나에서 최근 한국어 지원을 시작한 불교학 연구자 전용 AI '다르마미트라'와 한문 전자대장경인 CBETA에 최근 추가된 AI시멘틱 검색 기능을 소개했다.

    "AI를 사용할 때 목적의식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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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독일 바이에른주 퓌르트에 있는 성 파울 교회에서 진행된 'AI 설교' 모습. 챗GPT를 기반으로 설교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퓌르트=D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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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는 이미 독일과 미국 교회에서 'AI 목사'나 'AI 예수' 등을 도입한 사례가 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AI의 고질적 약점인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은 △이용자의 질문에 거짓 답변을 하거나 △애매모호한 답을 하거나 △무조건 이용자에게 공감하는 등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전문가들은 종교인들이 AI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 명확히 인식하고 '조종사'로서 AI를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 교수는 "AI는 점점 발전해서 똑똑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 자체로는 '우리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AI를 사용하는 목적의식을 두고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AI의 편리성에 취해 자칫하면 '진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 목사는 "AI가 아름다운 문장을 주더라도 너무 자주 사용하면 짜깁기 설교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면서 "교회의 핵심인 사람과 공동체를 고민하지 못한 채 경험과 고뇌와 결핍이 주는 은혜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AI부디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보일 스님은 지난 7월 조계종연구소 출범 세미나에서 "AI가 예술적 영감이나 종교적 통찰까지도 대체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면서 "특히 종교적 수행과 명상 등 깊은 내면의 작용을 요구하는 영역에서 더욱 신중하고 절제된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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