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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엄마, 나도 위고비" 12살도 처방 척척…전문가 "최후의 보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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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처, 12세 이상 청소년에도 '위고비' 허가
    부작용 우려 커져…12세 미만 어린이에게 이미 69건의 위고비가 처방돼
    전문가 "소아청소년 비만은 질병, 조기 치료 필요하나 약물치료는 최후의 보루"

    머니투데이

    비만약의 국내 12세 미만·임신부 처방 현황/그래픽=김지영


    12세 이상 청소년에 비만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처방이 허가되면서 오남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성인에만 위고비가 허가된 상황에서도 12세 미만 소아청소년에 위고비가 처방된 사례가 있는데, 12세 이상 처방이 본격 허용되면서 성장기 청소년에 오남용에 따른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비만 치료는 필요하지만 약물 치료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23일 노보 노디스크제약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12세 이상 청소년에도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12세 이상 청소년 중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이면서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환자는 위고비를 투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청소년 환자 가운데 주 1회 2.4㎎ 또는 최대 내약 용량으로 12주간 투여한 후 BMI가 최소 5% 이상 감소하지 않은 경우엔 위고비 치료를 중단하고 재평가해야 한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전문의약품)로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했다. 기존에는 초기 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BMI가 27㎏/㎡ 이상 30㎏/㎡ 미만인 과체중 환자만 쓸 수 있었다.

    위고비 처방 대상이 12세 이상 청소년까지로 확장되면서 오남용 우려는 더 커졌다. 기존에 성인에만 처방됐을 경우에도 허가가 나지 않은 12세 미만 소아청소년과 임신부에까지 위고비가 처방된 전례가 있어서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위고비가 우리나라에서 시판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의 위고비가 처방됐다. 투약해서는 안되는 임신부에게도 194건이나 처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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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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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고비 투약 환자 중 중증 부작용으로 치료받은 환자도 1000명 가까이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위고비 투약환자 중 961명이 부작용으로 진료를 봤다. 그중 담석증 환자가 560명, 급성췌장염은 151명, 담낭염은 143명, 급성신부전은 63명, 저혈당은 44명이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59명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소아청소년의 비만, 과체중 유병률이 급증해 비만 치료가 시급하지만 약물 치료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본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인 이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내분비 분과전문의 교수는 이날 서울 용산구에서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주최로 열린 청소년 비만 치료 관련 미디어 세션에서 "소아는 정상적인 바른 성장을 하면서 비만을 치료해야 해서 성인 비만과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며 "소아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제일 중요하고, 운동, 영양, 심리적인 게 먼저가 돼야 한다. 약물, 수술 치료는 2단계 치료이고, 최후의 보루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상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홍보이사)는 "예전에는 소아청소년 비만에도 치료가 마땅치 않았는데 치료제가 나와서 하나의 옵션(선택지)이 생겼다"면서도 부작용 관련 "비만치료 주사제가 미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질병에 대한 치료제란 인식이 가장 먼저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한국 소아청소년의 과체중과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이해상 교수는 "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대사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 이형당뇨, 성조숙증, 수면무호흡 등 비만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며 "비만은 소아청소년의 건강, 심리정서, 교우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해상 교수는 "10대 아이들이 비만을 앓게 되면 심혈관질환 등 문제가 생기는 게 20~30대 이른 나이의 성인일 때 생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 활동을 할 때 여러 합병증 때문에 많은 것들이 문제가 된다"며 "소아청소년 비만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부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과 다르게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비만 진료 시 급여로 건강보험이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고비 오남용 관련 노보 노디스크는 "당사의 비만 치료제가 허가 기준에 부합하는 비만 환자에게만 사용될 수 있도록 철저한 유통 관리와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당사의 비만 치료제 투약이 고려되는 청소년 환자는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닌 대사 건강, 삶의 질, 정서 문제 등 복합적 건강 이슈를 동반한 경우다. 당사는 청소년 비만 치료가 적절한 의료 환경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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