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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한은, 스테이블코인에 신중론…“화폐는 기술 아닌 신뢰로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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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폐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로 작동한다”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경고음을 ‘다시’ 울렸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곧 내놓을 금융위원회와 여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27일 내놓은 141쪽 분량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1코인은 1원(준비자산)이란 약속이 깨지는 순간 더 이상 ‘스테이블(안정적)’하지 않고, 더 이상 화폐가 아니다”라며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을 혁신을 위한 ‘만능 골든키(만능 해결사)’인 것처럼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다 보니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다”며 “하지만 발행사는 은행처럼 예금 이자로 나누어줄 필요가 없고, 한은의 시뇨리지(화폐 발행 이익)처럼 사회 전체와 공유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혁신을 담은 새로운 화폐일지, 특정 발행사만 이익을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7가지 위험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법정통화와의 1대1 가치가 자주 깨지는 ‘디페깅’ ▶‘코인런(대규모 상환 요구)’ 등 금융안정 위협 ▶소비자 보호 공백 ▶금산분리 원칙 훼손 ▶자본·외환 규제 우회를 통한 자금 유출 ▶통화정책 효과 약화 ▶은행 자금 중개 기능 약화 등이다. 한은은 조선 고종 때 발행한 ‘당백전’으로 인해 물가는 치솟고 사람들은 당백전을 받지 않으려 하면서 ‘경제 붕괴’가 왔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이 발행하는 화폐대용 수단이라, 중앙은행의 법적 보증이나 예금자 보호 장치가 없다. 박준홍 한은 결제정책팀장은 “준비자산이 안전자산 100%라고 하더라도 안정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코인런’은 ‘뱅크런’보다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이나 외환규제 회피, 불법 자금 유출에 악용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지난해 전 세계 가상자산 불법 거래의 63%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졌다. 국내 불법 외환거래에서 가상자산 이용 비중도 2020년 3%에서 지난해 52%로 급증했다.

    한은은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김철 한은 결제정책부장은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은행이 주도하면 발행 규모와 안정성을 감독당국과 긴밀히 조율할 수 있어 새로운 화폐 형태로 제도권 안에 정착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통화·외환·금융당국 합의 기반의 정책협의기구 설치와 한은이 운영하는 플랫폼 위에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프로젝트 한강’) 상용화 병행 등을 제안했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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