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BIAF 심사위원장 채프먼 내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으로 아카데미상
브렌다 채프먼 감독은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공주 메리다는 매사에 반항적인 딸을 보면서 떠올린 캐릭터”라고 했다. /BIA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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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보던 디즈니 공주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보고 싶었어요. 외모도 야생에서 자란 아이처럼 보이길 원했고요. 붉은 곱슬머리로 자유분방하고 거친 성격을 표현하려 했죠.”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으로 여성 감독 최초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감독 브렌다 채프먼(63)은 메리다처럼 구불거리는 곱슬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 메리다는 말을 타고 활 쏘는 것을 좋아하는 천방지축 공주. 지금은 진취적인 공주 캐릭터가 익숙하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처음 이야기를 구상한 건, 딸이 네다섯 살쯤 됐을 때였어요. 저는 어릴 때 조용하고 순종적인 아이였는데, 제 딸은 매사에 반항적이었죠. 매일 아침 유치원에 보내는 게 전쟁 같았어요. ‘내 딸이 10대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시나리오를 써내려갔죠.”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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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 감독은 24일 개막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의 심사위원장을 맡아 내한했다. 그는 1987년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해 ‘인어공주’ ‘라이온 킹’ 등에 참여했고, 드림웍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이집트 왕자’(1998)를 연출했다. 디즈니·픽사·드림웍스를 통틀어 여성 감독이 장편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은 첫 사례였다. “당시 드림웍스 CEO인 제프리 캐천버그가 그 점을 홍보에 활용했죠. 하지만 저는 그때도 지금도 여성 감독이기보다는 그냥 감독이고 싶어요. 한동안 이력에서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지우기도 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젊은 여성들에게 롤 모델이 필요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BIA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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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킹’에서도 여성 최초로 스토리 책임자를 맡았다. 어린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가 삼촌 스카에게 살해당하는 설정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드문 충격적인 전개였다. 채프먼 감독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삶의 현실을 부드럽게 경험하게 해주는 첫걸음 같은 것이죠. 오히려 삶의 본질, 무거운 주제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디즈니 영화들이 사람들과 깊게 연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늘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믿어요.”
최근 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캐릭터와 관객이 연결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단순히 액션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캐릭터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죠.” 수많은 명작의 시나리오를 써온 그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결함 있는 캐릭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요즘 젊은 감독의 작품을 보면 종종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을 때가 있어요. 캐릭터를 만들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변화하길 원하는지 알아야 해요. 이야기란 결국 그 변화의 과정이니까요.”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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