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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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도입할 경우 외환시장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이 굉장히 걱정된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많은 사람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해외로 가져나갈 것이다. 그래서 사실 두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은행을 중심으로 먼저 해보고, 외환 나가는 것이 잘 컨트롤되면 그다음에 확산하도록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 관리를 하는 당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걱정스럽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주면 외환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거듭 우려했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지지하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견에 “제 생각은 굉장히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줄어들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달러로 자산을 옮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 27일 금융결제국 주도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원화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란을 담은 일종의 백서다.
이 총재는 “개인적으로 (백서에서 지적한) 7개 문제점 중에서도 자본 유출 우려가 굉장히 크다”면서 “지금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는 돈의 4배로, 환율이 올라가는 데도 내국인의 해외로 나가는 돈이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디페깅(Depegging) 위험 ▲금융안정 위협 ▲소비자 보호의 공백 ▲금산분리 원칙 훼손 ▲규제 회피 및 자본유출 가능성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약화 등 7가지 요소를 원화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보고서 내 규제 회피 및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은 현행 규제를 쉽게 우회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거래 추적은 용이하나 거래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예를 들어 국내 투자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익명 거래가 가능한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이를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 다른 자산으로 전환해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 공백 측면에서는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제도 밖에서 사용되는 화폐대용재일 뿐 법정화폐와 1:1로 교환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국가나 중앙은행이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많은 사용처가 불확실해 원화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면 쓸 사람들은 자기 자산을 해외로 가져갈 인센티브가 있는 사람이 먼저 쓸 것”이라면서 “당국 입장에서는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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