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서 초안 수정 지시 주장도
30일 해경청 종합 국감 증인 출석
박상춘 전 인천해경서장 "재판 중"
2022년 6월 16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박상춘(왼쪽) 서장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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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세)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2년 뒤 해양경찰청이 스스로 뒤집을 때 해경청장이 직접 발표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제기됐다.
본청 수사정보국장이었던 윤성현 전 남해해경청장은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번복하는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2022년 6월 15일 박상춘 당시 인천해경서장(현 제주해경청장)에게 전화해 '번복한다고 들었는데 새로 나온 게 있나. 왜 발표하는가'라고 물으니 '그런 거 없다. 본청에서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인천해경서는 새로운 내용이 없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본청 지시로 발표했다는 의미다.
윤 전 청장은 "박 서장이 (욱해서) 저나 부하 직원들에게 '왜 우리에게 발표시키냐'고 여러 차례 얘기했었다"며 "새로운 게 없고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발표하지 말라 했더니 '(당시 정봉훈) 청장 지시를 거절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본청에서 인천해경서가 작성한 번복 발표문 초안 수정도 지시했다고 한다. 윤 전 청장은 "인천해경서에서 발표문 초안을 작성해 보고했더니 수사국에서 문안을 '엣지' 있게(두드러지게) 수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며 "수사 결과를 번복한 발표문 최종안을 누가, 어디에서 작성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청장은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과 관련해 증언할 예정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정 전 해경청장과 2022년에 본청 수사국장이었던 김성종 동해해경청장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 전 서장은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로 '본건은 재판 중'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지난 22일 해경청 국감에서 윤 전 청장과의 통화 사실에 대해 "기억이 없다"면서 "발표문은 일차적으로 수사 실무진에서 작성했고 (이후 본청과) 같이 검토해서 작성했다"고 말했다.
해경청은 2020년 9월 22일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씨가 숨진 지 일주일 만인 29일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국방부가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지 닷새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다 윤석열 정권 초기인 2022년 6월 16일 인천해경서는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년 9개월 전 본청 입장을 별다른 근거 없이 뒤집은 것이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표류하다 이튿날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졌다. 북한군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시신을 불태웠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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