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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이태원 참사

    눌러 담은 추모 메시지, 한 글자씩 소리 내 읽으며···목소리가 된 ‘이태원 참사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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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참사 희생자 고 이상은씨의 이모 강민하씨가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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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가 네가 오르던 그 골목에 와 있어. 보고 싶다. 보고 싶다”

    29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녹사평역 근처 이태원광장. 떨리는 목소리로 한 시민이 이태원 참사 추모 메시지를 읽어 나갔다. 7개의 메시지를 읽고 무대에서 내려온 이 시민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이태원광장에서 참사 추모메시지 낭독회 ‘소리내어’를 열었다. 시민 7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랄라(활동명)는 “시민들이 남겨준 위로, 추모, 응원, 공감의 말을 ‘이태원 기억담기’라는 활동을 통해 아카이빙 해왔다”며 “누구보다 가슴이 아렸을 유가족과 지인을 비롯해 생존자·구조자, 상실에 공감하는 시민의 메시지를 읽고 기억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태원 참사 추모 메시지 50여개를 소리 내 읽었다. 한 생존자는 “고인이 된 당신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소방관이 인파 사이를 지나갔지만 내 앞에서 당신들이 그런 참변을 당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살아남아서 미안하다” “모두 구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다음에는 더 많이 살리고 구하겠다”는 생존자, 구조자의 메시지와 “현서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왔다. 항상 사랑하는 우리 손자 늘 보고 싶다”는 유가족 메시지도 있었다.

    낭독회에 참가한 여영은씨는 “죄 없는 사람들을 황망하게 보내고 제대로 된 추모도 하지 못한 마음 상태가 이어지는 것 같다”며 “아직도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에 사는 채드 가이싱어(57)는 일주일간 한국 여행을 왔다가 낭독회에 참석했다. 가이싱어는 2022년 10월29일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가이싱어는 “여러 번 뉴스를 다시 읽어야 했을 정도로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다”며 “유가족과 함께 추모하고, 기도하는 게 인간 된 도리로서 내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재로 아버지를 잃은 딸 강효진씨도 발언자로 나서 “심폐 소생술 자격증 따고 왔어요. 이렇게라도 하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서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두려움에 뒷걸음치거나, 우울함에 빠지지 않을게요”라는 추모 메시지를 읽었다. 이어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이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데, 그들이 떠난 계절만 자꾸 돌아온다”며 “유가족의 마음에도 봄이 오길 바라며, 그들이 봄이 멈추지 않도록 함께 기억하고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참사 희생자 고 이상은씨의 이모 강민하씨는 “슬픔과 상실감이 3년이 지났지만 하나도 가누어지지 않고 사그라지지 않는다”며 “3년 전 던졌던 질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앞길이 답답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낭독회가 끝난 뒤 유가족과 참여 시민들은 함께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가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노르웨이 국적 희생자 스티네의 친구 모니카(24)는 “3년 전 참사가 벌어지고 현장에 미처 찾아와보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한국을 떠났다”며 “지난 8월 ‘한국어 공부를 마치겠다’는 스티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국했다”고 말했다. 모니카는 참사 현장에 “그날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래도 편안히 쉴 수 있길 바라.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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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국적 희생자 스티네의 친구 모니카(24)가 29일 이태원 참사를 찾아 남긴 추모 메시지에는 “그날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래도 편안히 쉴 수 있길 바라.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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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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