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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취업과 일자리

    평생 고용-기술 혁신으로 상생경영 실현… 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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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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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씨엔어스 본사 전경. ㈜씨엔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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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노동집약 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의류산업이 지금은 첨단 기술과 인적 역량의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저임금국 중심의 생산 이동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값싼 인력’이 아닌 ‘숙련된 사람’이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사람 중심 경영으로 30년 넘게 버텨온 기업, 바로 ㈜씨엔어스가 있다.

    위기 속에서 빛난 ‘사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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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박해오 ㈜씨엔어스 대표(오른쪽)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상을 수상고 있다. ㈜씨엔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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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5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씨엔어스는 고용노동부 장관상(상생고용 부문)을 수상했다. 김영훈 장관으로부터 직접 상장을 받은 박해오 대표는 “34년간 함께 걸어온 직원들과의 신뢰가 만든 결실”이라며 “창업 초기 멤버들이 여전히 회사의 주축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씨엔어스의 역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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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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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그는 “우리 회사에는 정년이 없다”며 “채용보다 중요한 것이 신뢰의 유지”라고 말한다.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계를 우선시하며 구성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것이다. 실제로 씨엔어스의 평균 근속연수는 25년 이상으로 이직률은 0%에 가깝다. 1992년 창립 당시 함께한 직원 다수가 지금까지 근무 중이며 세대를 잇는 가족 근무자도 있다.

    박 대표는 “사람이 기술보다 먼저고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온다”며 “오래 함께할수록 더 강한 팀워크와 품질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전원 정규직·무정년제… ‘평생고용’으로 기업의 신뢰 쌓다

    씨엔어스의 고용 구조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이다.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고용 불안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계약직, 파견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는 ‘고용의 질’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사람이 안심해야 기술이 쌓이고 기술이 쌓여야 회사가 발전한다”며 “단기 이익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한 경영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씨엔어스는 매년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작업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씨엔어스는 근로 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작업장 조명·온습도 관리, 자동화 라인 도입, 휴게공간 확충 등 근무 환경을 꾸준히 개선하며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복지 측면에서도 장기근속자 포상, 가족 동반 워크숍, 자녀 장학금 제도 등을 운영하며 ‘회사와 함께 살아가는 일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씨엔어스는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산업계에서도 ‘고용 안정 모범기업’으로 불린다. 단순히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행복한 일터’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특허로 시장 95% 점유… 기술이 지킨 일자리

    사람 중심 경영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력이다. 씨엔어스는 2008년 자체 연구로 국내 최초의 학생복용 허리 조절기를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 의존도가 높던 시장에서 완전한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현재 국내 학생복 시장의 95%를 점유하는 절대적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 연간 300만 개 이상을 생산하며 고용의 기반이 되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췄다.

    박 대표는 “기술을 빼앗기면 시장도 일자리도 지킬 수 없다”며 “기술은 단순한 생산 수단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삶을 지탱하는 울타리”라고 설명했다.

    씨엔어스의 기술력은 품질관리에서도 빛을 발한다. 모든 부자재는 자동화 라인을 통해 정밀검사 과정을 거치며 출고 전 전수검사로 불량률을 최소화한다. 이런 철저함이 20년 이상 이어진 국내 주요 학생복 브랜드들과의 신뢰를 만들었다.

    최근 씨엔어스는 스포츠웨어, 골프웨어, 아웃도어 등 고기능성 의류 브랜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부자재 제조 기업을 넘어 패션테크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친환경·스마트 제조로 ‘다음 30년’을 준비하다

    씨엔어스의 새로운 도전은 ‘지속가능성’이다. 화학 소재 대신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리사이클 섬유를 적용한 친환경 부자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연구소를 통해 소재 내구성·안전성 평가 시스템을 자체 구축했다. 박 대표는 “우리 산업도 이제 환경을 외면할 수 없다”며 “기술의 방향이 사람에서 지구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ESG 경영과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동제어 설비와 탄소 저감 공정을 도입해 생산 비용과 환경 영향을 동시에 줄였다. 또 지역 협력업체들과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술력과 일자리를 나누는 ‘상생형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력”이라며 “사람이 회사를 만들고 회사는 다시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 선순환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늘의 씨엔어스는 단지 ‘오래된 회사’가 아니라 ‘함께 오래 가는 회사’다.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믿고 사람을 통해 기술을 완성한 기업. 변화가 빠른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들의 철학은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말해주고 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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