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넉달 간 1조원 증가 그쳐
경기 둔화에 부실 우려…문턱 높여
정부 '10조 포용금융'도 효과 못내
"자영업자 위한 금융인프라 새로 짜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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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6월 324조 886억원에서 지난 28일 325조 3774억원으로 넉 달 동안 1조원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4조 868억원에서 674조 8151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기업대출은 확대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은행권은 경기 둔화 속 부실 위험을 우려해 소상공인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더드림 패키지’도 현장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심사 기준은 일반 사업자대출과 동일하다. 결국 매출이 줄면 대출이 막히는 구조다. 일선 영업점에선 “정작 어려운 소상공인은 신청조차 어렵다”고 하소연이 잇따른다. 정책의 방향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상승세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5%로 전년 대비 0.13%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0.61%)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된 이후 연체가 서서히 현실화되면서, 자영업 부실이 하반기 경기의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채무조정 중심의 ‘포용금융’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추진 중인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 프로그램(배드뱅크)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빚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는 재기 기반을 만들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장기연체채권 정리 이후에도 추가 자금 지원으로 이어질 구조는 부재하다. 이러한 금융 사각이 자영업자의 재기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추진된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무산된 것도 이러한 공백을 키웠다. 금융위원회는 소소뱅크·한국소호은행·포도뱅크·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의 예비인가 신청을 모두 불허했다. 자본력과 영업 안정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책 우선순위가 바뀐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이자 장사 비판’ 기조로 추진됐던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는 이재명 정부 들어 국정과제에서 빠지며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금융권에선 포용금융이 단순한 채무조정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자영업자의 부채 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대출 경색이 이어질 경우, 경기 회복 국면에서도 자영업만 ‘빙하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 채권을 정리하는 사후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자영업자의 재기와 성장을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를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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