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Trend Now] 중국이 주도...AI 장난감 업체만 1500곳 넘어
중국 로봇업체 헝봇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지능형 로봇 강아지 ‘시리우스’. /헝봇이노베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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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랐겠다. 지금은 괜찮니?”
한 아이가 우울한 목소리로 “유치원에서 친구가 나를 밀쳤어”라고 말하자, 아이 옆에서 이처럼 아이를 달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딘가 어색한 목소리 때문에 사람과 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기분이 상한 아이를 달래기엔 충분하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국 하이비비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장난감 인형이다. 내장된 음성인식 센서와 AI 감정 인식 장치가 아이의 목소리와 감정을 감지해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이 같은 AI 기술을 탑재한 장난감들이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업체 징둥닷컴은 올해 상반기 AI 장난감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 등록 데이터베이스 치차마오에 따르면 이달 기준 중국에서 영업 중인 AI 장난감 회사는 1500곳이 넘는다.
◇아동을 넘어 모든 연령에게 인기
AI 장난감의 성장세는 특히 미취학 아동(3~6세)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헝봇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지능형 네 발 로봇 ‘시리우스(Sirius)’다. 무게 1㎏쯤 나가는 일종의 강아지 로봇인데, 인간의 음성 명령을 이해해 앉기·점프·춤추기 같은 동작을 손쉽게 수행한다. 가격은 1299달러로, 어린이 목소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공을 차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하이비비가 만든 ‘버블팔(BubblePal)’은 탁구공 크기의 소형 장치로,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에 이 장치를 집게로 달아두면 인형과 직접 말을 주고받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부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 장치의 목소리를 디즈니의 엘사부터 중국 애니메이션 주인공까지 39종의 캐릭터로 바꿀 수 있다. 가격은 149달러이며, 지난해 여름 출시 이후 20만대가 팔렸다고 한다.
중국 스타트업 ‘폴로토이(FoloToy)’는 곰·토끼·선인장 모양의 장난감에 부모의 목소리와 말투를 학습시켰다. 이 장난감은 올해 1분기만 2만개 넘게 판매됐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AI 장난감은 심지어 성인층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로보포엣이 개발한 인형 액세서리 ‘푸자이’는 AI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한다. 특히 혼자 사는 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노년층을 위한 AI 장난감도 있다. 대화를 통해 노인의 삶과 경험을 기록하고 삽화가 있는 회고록으로 만들어주는 AI 제품도 개발됐다.
이처럼 최근 들어 AI 장난감 열풍이 부는 주된 원인은 기술 발전이다. 특히 올해 초 상대적으로 저렴한 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한 AI 모델인 딥시크가 성공을 거두면서 AI가 장난감에까지 빠르게 탑재되고 있다는 것이 중국 매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예고된 글로벌 경쟁
중국의 AI 장난감 업체들은 자국 시장을 넘어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버블팔은 지난해 12월 미국 출시를 시작으로 캐나다·영국 등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로펫’은 올해 CES에서 선보인 AI 반려 로봇으로 북미·유럽·일본·한국 시장에서 한 달 만에 약 1만건의 선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폴로토이는 미국·영국·캐나다·브라질·독일·태국 등 10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알파워치AI의 중국 기술 분석가 루이 마는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중국에는 이미 어린이용 AI 기기 시장이 잘 형성돼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 미미한 상태”라고 했다.
글로벌 완구 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완구 회사 마텔은 오픈AI와 협력해 바비(Barbie)나 핫휠(Hot Wheels)과 같은 자사 브랜드에 대화형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레고 그룹도 스마트 장난감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AI 장난감은 장난감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동시에 아동을 둘러싼 잠재적 위험과 윤리적 우려도 제기된다. AI 장난감에는 대부분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기 위해 마이크,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심지어 카메라, GPS 추적기 등을 갖추고 인터넷에 연결된 제품도 있다. 이를 해킹해 불법적으로 활용할 경우 아동의 요청이나 개인 정보 등을 무단 수집하고 데이터화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AP통신에 “유아용 제품에 (AI 같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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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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