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검토 받아 발표문 작성"
당시 인천해경서장 "지시 안 받아"
박상춘 제주해양경찰청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바로 뒤에는 윤성현 전 남해해경청장이 서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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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세)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2년 뒤 해양경찰청이 스스로 뒤집은 것과 관련해 30일 국정감사장에서 여야와 참고인들이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종합 국정감사에는 2020년 본청 수사정보국장이었던 윤성현 전 남해해경청장과 2022년 인천해경서장을 지낸 박상춘 제주해경청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2022년 6월 수사 결과) 번복 발표문 작성 당시 초안은 인천해경서에서, 이후 김성종 본청 수사국장(현 동해해경청장) 등이 용와대(용산 대통령실) 안보실, 윗선 검토를 받으면서 작성한 게 맞는가"라는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윤 전 청장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본청이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문구를 발표문안에 넣었다는 것이 사실인가"라는 물음에도 "중요 내용을 수정·변경했던 수사국 담당 직원과 통화해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청장은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 번복 발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이나 감사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수사가 필요하고 저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 거짓말 탐지기 등을 이용해서라도 진실을 밝혀 달라"고 답했다.
윤 전 청장은 2020년 9월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씨가 숨진 것과 관련해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부터 월북으로 몰아가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질의에 "검찰에서 5차례, 감사원에서 6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전화나 문자 한 번 주고 받은 적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당시) 청장을 중심으로 10여 차례 회의를 통해 공식 발표 문안이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윤 전 청장이 발표를 맡은 중간 수사 결과를 번복하는 최종 수사 결과를 2022년 6월 발표한 박 청장은 윤 전 청장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윤 전 청장이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전날(6월 15일) 박 서장과의 통화에서 당시 정봉훈 해경청장이 발표를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한 것을 두고 "분명하게 얘기한다. 본청장에게 지시 받은 적 없다. 휴대폰, 본청에 있는 경비전화 다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윤 전 청장이) 3년 4개월이 지났는데 (통화 내용 등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있지도 않은 사적 통화 내용을 동의도 없이 언론에 퍼뜨린 것에 화가 난다.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지휘는 법상 구두로 하거나 받으면 안 된다"며 "수사 서류를 조작했거나 오염된 것이 있는가 확인해보라"고 덧붙였다.
해경청은 2020년 9월 22일 이씨가 숨진 지 일주일 만인 29일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국방부가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지 닷새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다 윤석열 정권 초기인 2022년 6월 16일 인천해경서는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년 9개월 전 본청 입장을 별다른 근거 없이 뒤집은 것이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표류하다 이튿날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졌다. 북한군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시신을 불태웠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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