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편지, 날 한국 오게 해”
정의선 “아이가 롤 너무 좋아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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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치맥 회동’을 가졌다.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깐부치킨’ 매장에서 세 사람은 치킨·생맥주와 함께 70여분 간 회동을 즐겼다. 황 CEO는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가죽재킷을, 정 회장은 후드티와 회색 패딩의 편안한 차림이었다. 이 회장도 흰색 긴팔 티셔츠의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시민에게 치킨과 감자튀김을 나눠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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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동에서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먹방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황 CEO는 식사 도중 시민들에게 김밥, 바나나 우유와 치킨을 나눠 주기 위해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이 회장은 “밖에 나가서 치맥을 한 지가 10년 정도 된 것 같다”며 “주로 집에서만 먹었다”고 했다. 정 회장도 황 CEO에게 “이렇게 (이 회장과 함께) 치맥을 먹는 건 처음”이라며 “(젠슨 황) 덕분이다”며 웃었다. 황 CEO는 옆 테이블 손님들이 제조한 ‘소맥(소주+맥주)’를 마시며 “맥주보다 소맥이 훨씬 맛있다”며 감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치맥 회동에서 한 어린이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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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특히 자신들을 찾아온 ‘이예준’이라는 이름의 어린이에게 기념 사인을 해주기도 했는데, 이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회장은 ‘예준이 효자 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정 회장은 사인만 남겼다. 황 CEO는 자신을 찾아온 어린이 티셔츠에 큰 글씨로 사인을 해줬다.
세 사람은 1시간가량 이어진 자리를 파하기 전에 팔을 걸고 소맥 러브샷을 했다. 이 회장은 치킨 매장을 떠나며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것 먹고 한잔하는 그런 게 행복”이라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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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술자리 계산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시민들 관심이 모아졌는데, 결제는 이 회장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에 따르면 세 사람 회동 자리 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 결제까지 전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1차 계산 이후 나머지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와 이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이후 코엑스로 이동해 엔비디아 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무대에 올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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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EO는 무대에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1996년 한국에서 이메일이 아닌 편지를 받았는데 평생 동안 한국에서 받은 첫 편지였고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받은 것이었다”며 “그는 자신이 한국에 세가지 비전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편지에는 모든 한국 시민을 남겨지는 사람 없이 브로드밴드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싶고, 그 기술을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비디오게임이라고 믿는다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젠슨 황 지원을 받아 비디오게임 올림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황 CEO는 “그것은 바로 이재용 회장 아버지(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온 것으로 굉장했다”며 “그게 내가 처음 한국으로 온 계기였고, 그 비전은 실현됐다”고 말했다. 1996년은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능성을 보고 창업한지 4년째로, 2D와 3D 그래픽을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해 주목받던 시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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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EO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 회장이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는 농담을 하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무대의 대형 화면에 한 관중이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한 주식차트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 잡히자 이 회장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기록한 실적을 발표했고, 주가는 전날 대비 3.58% 오른 10만4100원에 마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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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무대에 선 정의선 회장은 “제가 생긴 건 좀 (나이) 들어 보여도 두 분 다 저보다 형님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1968년생인 이 회장보다 2살 어리며, 1963년생인 황 CEO와는 7살 터울이 있다.
이어 정 회장은 “어릴 때부터 아케이드 게임을 해왔고, 저희 아이가 게임을 너무 좋아해 옆에서 같이 보며 (게임을) 했다”며 “엔비디아 칩이 당연히 그 안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 로보틱스에 들어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차에서 더 많은 게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와 엔비디아 협업 확대 의지도 내비쳤다.
황 CEO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가해 특별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이 현장에서는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대규모 AI 반도체 협력에 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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