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1개 회원 가운데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정상이 자리를 비운 사이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대표단의 관심은 국내총생산(GDP) 2위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쏠렸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한 이날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다자무역·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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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날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개막을 겸한 1세션 회의에 지각 참석했다. 국가명의 알파벳 역순으로 입장 순서가 정해진 회의에서 중국(China)은 홍콩(Hongkong) 행정장관이 입장한 다음, 칠레(Chile) 대통령에 앞서 회의장에 입장해야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모든 나라의 정상·대표가 모두 입장한 10여분 후인 오전 10시 2분에 등장했다.
중국 특유의 여유로운 기질을 일컫는 ‘만만디(慢慢的)’가 작동한 것인지,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교통 사정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각 입장한 시 주석은 오히려 이 때문에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외교부는 “중국 차량행렬은 후임 의장국에 대한 예우상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며, 총 20여개에 이르는 참가 회원 및 초청국, 국제기구 총재 등의 차량행렬 운영에 따른 시차로 일부 회원들간 몇분간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시 주석은 회의 참석 정상 영접을 위해 기다리던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 촬영을 한 뒤 회의장까지 함께 걸어 들어가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시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느냐”며 자연스럽게 시 주석을 안내했고, 이 대통령이 전날 선물로 증정한 황남빵과 관련한 대화도 나눴다. APEC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으로부터 황남빵 200박스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 예정이던 회의는 시 주석의 늦은 도착 이후에도 곧바로 시작되지 못했다. 국가별로 지정된 좌석에 앉아 있던 정상들은 시 주석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각국 대표단·수행원, 언론사 기자들이 휴대전화로 시 주석을 촬영하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KTV이매진 유튜브 캡처 |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해 왔던 시 주석은 이 대통령과 함께 APEC 정상회의장에 들어서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과도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거나 웃음을 보였다.
특히 멕시코 대표로 참석한 에브라르드 장관은 시 주석과 인사를 나누다 동양식으로 합장을 하며 감사를 전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홍수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로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을 대신해 방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이 31일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KTV이매진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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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쪽 이웃’인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11월1일부터 30%에 이르는 고율 관세폭탄을 예고받았다가 최근 몇 주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은 상황이다.
반면 APEC 정상회의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베선트 재무장관은 정상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성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며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대가 격동할수록 우리는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자 간 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무역 시스템의 권위와 유효성을 제고하자”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KTV 이매진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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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 본회의와 함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느라 분주했다.
시 주석은 이날 경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2017년 이후 8년 만에 중·캐나다 정상회담을 했다. AFP통신은 캐나다는 서구권에서 중국과 가장 관계가 나쁜 나라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앞에서 두 국가 정상이 마주 앉았다고 보도했다.
2018년 캐나다에서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되면서 냉랭해진 양국관계는 중국의 캐나다 정치인 사찰 의혹으로 2023년 상대국 외교관을 추방하기까지 하는 등 악화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력에 한배를 탄 처지가 된 두 국가 정상이 8년 만에 한국에서 회담을 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에는 경주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첫 중·일 정상회담까지 했다.
경주 |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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