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격 만곡증 성형외과 수술 급증, 9년간 건강보험 급여비 초과 지출액 639억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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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을 둘로 나누는 벽인 비중격이 휘어져 코막힘, 부비동염 등을 유발하는 '비중격 만곡증' 수술로 미용 성형을 함께 하는 사례가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과도하게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중격 만곡증 수술과 코 성형을 함께 하면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적용을 받는 사례가 늘어서다. 지난해까지 9년 간 건강보험 급여비 초과 지출이 639억1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31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개최된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급여적정성 분석 및 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전국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 제고를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세션은 세 가지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발표는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사용 차이 분석 △두 번째 발표는 소화기관용 의약품 주목적 외 사용 패턴 분석 △세 번째 발표는 비중격만곡증 수술 의료이용 행태 및 건강보험 재정영향 분석이다.
하성준 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 부연구위원은 발표에서 "비중격 만곡증 수술은 2015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성·연령별로는 20대 여성, 진료과목은 성형외과에서의 수술이 현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급여의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인해 비중격 만곡증 수술과 미용성형을 동시에 시행하도록 유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지출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비중격 만곡증 수술 건수는 약 3만5384건, 급여비는 298억5000만원으로 2015년 대비 각각 47.4%, 155.1%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20~30대의 비중격 만곡증 수술이 전체의 56.9%를 차지했다. 2015년 남성의 수술 건수는 1만7935건으로 여성 6067건의 약 2.96배였으나 2015년 대비 2024년 여성의 수술 증가율은 132.7%로 남성 18.6%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남성과 여성의 비중격 만곡증 수술 건수는 각각 2만1265건, 1만4119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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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에서의 수술이 급증했다. 지난해 비중격 만곡증 수술은 이비인후과가 68.2%, 성형외과가 29.1%를 차지했다. 2015년 대비로 보면 이비인후과 수술 건수는 2.3%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성형외과는 134건에서 1만306건으로 7591%나 늘었다. 특히 여성의 성형외과 수술 건수가 58건에서 6111건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성형외과의 남성과 여성 비중은 각각 40.7%, 59.3%로 이비인후과와는 다른 양상이다.
하 부연구위원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 비중격 만곡증 수술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미용 목적의 비중격 마곡증 수술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2024년 추정된 비중격 만곡증 초과 수술 건수는 1만2698건이며 이에 따른 초과 추정 급여비는 124억5000만원으로 2024년 비중격 만곡증 수술 및 관련 급여비 346억9000만원의 35.9% 수준이다. 2016~2024년 9년 간 급여비 초과 지출은 639억10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중격 만곡증 수술 사례와 같이 건강보험 급여에 연동돼 민간보험에서 보장하는 질병 중 요양기관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거나, 질병 치료가 아닌 미용 성형, 시력 및 치아 교정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해 관련 제도 개선 등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노연숙 빅데이터융합연구부장은 "메틸페니데이트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주된 치료제로 공단이 보유한 사회경제적 수준 정보를 활용해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른 사용 격차가 크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노 연구부장은 "특히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최근 성인의 메틸페니데이트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성인 환자의 경우 다른 정신과 공존질환 여부를 고려한 약제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태화 부연구위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국민 84%가 소화기관용 의약품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으며, 1인당 연평균 165정을 처방 받고 있어 과다복용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와 관행적 처방으로 인한 재정 부담 우려가 높은 약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소화기관용 의약품 처방 중 호흡기계 및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처방 비율이 소화기계 질환의 비율 보다 크게 높았고, 특히 단순 감기인 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의 75.7%(처방전 기준 63.6%)에서 소화기관용 의약품이 처방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용 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전 국민의 사회경제적 수준, 의료이용, 건강검진결과, 장기요양이용 등 생애주기별 정보를 포괄하고 있는 패널데이터로서 잠재가치가 풍부한 국가적 자산"이라며 "빅데이터연구개발실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빅데이터 연구의 메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공단은 보험자로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근거 생산을 통해 의료기관의 적정진료를 유도하고 국민이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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