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향하는 강남 수요…여기서 ‘스톱’
# 10월 29일 오후,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4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방배우성아파트다. 아파트 외벽에 최근 출범한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반대편 사당역 7번 출구로 나와 남성역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언덕길과 좁은 골목이 얽힌 사당15구역이 나타난다. 빌라가 촘촘하게 들어선 이곳은 지난 8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주목받는다. 사당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통기획 발표 전엔 하루 서너 통 정도였던 전화 매수 문의가 요즘은 30통 넘게 온다”며 “재개발 호재가 반영돼 최근 몇 달 새 시세도 20% 이상 뛰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일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사당15·16·17구역 재개발이 잇따라 추진되고 방배우성 재건축 등 인근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다. 사당역 일대는 2·4·7호선 환승 교통망, 방배·이수·서초와 맞닿은 입지까지 겹치며 ‘준강남급 입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 빌라 밀집지역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사진은 관악산에서 바라본 사당역 인근 빌라 밀집지역.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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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타고 정비사업 본궤도
3000가구 신축·59층 환승센터도
우선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 빌라 밀집 지역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며 재개발 첫걸음을 뗀 사당15구역(13만3007㎡)이 대표 사례다. 향후 3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개발될 전망이다. 이 구역은 빌라 밀집지역으로 토지 권리관계가 복잡해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 이후 재개발 사업이 순항 중이라는 게 중개 업계 설명이다. 신통기획은 서울시-자치구-주민이 원팀을 이뤄 복잡한 정비사업 과정을 하나의 통합된 기획으로 엮는 사업이다. 통상 5년 정도 소요됐던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2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재개발 기대감에 이 구역 빌라 거래도 늘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9월 이 구역에서 17건의 빌라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8월 빌라 거래 5건과 비교하면 거래가 3배 이상 늘었다.
이외 사당동 일대 정비사업도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사당16구역은 올해 초 서울시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사당17구역도 신통기획이 확정돼 최고 23층, 850가구가 들어선다. 사당12구역 역시 신통기획을 통해 최고 25층, 임대주택 125가구를 포함한 총 627가구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사당5구역은 지난해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애초 510가구 규모였던 사업은 올해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최고 20층, 530가구로 조정됐다. 사업부지 계약자와의 소송이 사업의 발목을 잡던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개발도 서울교통공사가 사업을 주도하며 최근 재시동이 걸렸다. 업무, 판매, 주거 등 기능을 갖춘 59층 규모 랜드마크로 지어질 전망이다.
사당역 일대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정구역상 방배동에 속하지만 사당역이 바로 앞에 있는 방배우성아파트에선 지난 9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추진준비위는 3종일반주거지역 혹은 준주거지역 등 종 상향을 통해 35층 이상, 900가구 이상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인원 방배우성 추진준비위원장은 “사당 복합환승센터와 인근 개발 이슈로 사당역 일대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방배우성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재건축을 본격 추진해 35층 이상의 고급 주거단지로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당역과 마주한 방배동은 정비사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곳도 곳곳이다. 총 3064가구 규모의 대단지 ‘디에이치방배’는 내년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방배15구역(1691가구)은 10월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당역 일대 정비사업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사당역 주변 아파트 시세를 살펴보면 정비사업 후 시세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사당역 역세권으로 2013년 입주한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아르떼 전용 84㎡는 지난 2월 27억원(14층), 26억5000만원(9층)에 손바뀜이 이뤄진 뒤 6월에는 29억원(7층)에 거래됐다.
사당역이 바로 앞에 있는 방배우성아파트에선 지난 9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윤관식 기자) |
사당역 일대 투자 괜찮을까
입지 확실하지만 변수 ‘산적’
사당역 일대 부동산 투자는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 밀려나는 주거 수요가 서쪽으로 이동하며 사당역 일대가 주목받는 핵심 지역이라고 평가한다. 2·4·7호선 환승이 가능한 교통 인프라, 개발 잠재력, 인접 정비사업과의 시너지 등 입지적 강점이 뚜렷하다는 점에서다. 사당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프로젝트가 차례로 마무리되면,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사당역 일대는 강남권 진입을 위한 교두보 역할에서의 입지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며 “강남 신축 아파트 평당가가 1억원을 넘으면 사당 일대도 1년 뒤 유사한 수준에 근접하는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익성은 양호한 편이다. 사당15구역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추정비례율 105~110% 수준이 가능하다. 추정비례율은 권리가액(조합원이 가진 기존 주택의 가치)에서 권리가액과 개발이익 배분액을 더한 것을 나눠 100을 곱해 계산한다. 100% 이상인 경우 권리가액보다 돌려받는 재산이 많기 때문에 통상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동작구는 사당17구역의 추정비례율을 108.72%로 추산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당15·16구역은 사당17구역과 대지지분, 용적률, 기반시설 여건이 유사해 비례율 105~110% 범위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철거 이주비, 건축비 상승, 일반분양가 상한제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수익성은 변동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투자 시 유의할 점으로는 ‘주민 간 갈등’이 꼽힌다. 특히 도로 접면이 부족한 골목형 구역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건립이 쉽지 않다.
주민 간 갈등이 커지면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당역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좁은 골목에 있는 집주인들은 개발에 찬성하지만, 도로변에 임대 수익이 잘 나는 건물 소유자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신통기획 이후 갈등이 수그러든 것처럼 보이지만, 겉보기와 달리 갈등이 남아 있다”고 귀띔했다.
또 일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실거주 요건이 생기며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는 어려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사당역 일대는 단기 투자 지역이 아닌 ‘중장기 전략지’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사당역 일대는 신통기획 등 개발이 본격화하면 가격도 탄력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라며 “한강변, 뉴타운 등 수혜를 입은 동작구 내 흑석동처럼 30억원대 시세까지는 어렵겠지만, 향후 20억원대 시세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승현 대표도 “사당역 일대는 강남권 주거 수요의 ‘서진(西進)’을 상징하는 대표 지역으로 중장기적으로 준강남급 주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다만 초기 단계에서는 토지 확보와 사업성 검증에 주력한 장기 투자 전략이 적합하다”고 총평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3호 (2025.11.05~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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