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자동차의 'GR 팩토리'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토요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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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의 본사가 있어 도시 이름까지 바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豊田市)에는 회사의 역사가 스며든 공간이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모토마치(元町) 공장은 토요타에 있어 특히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59년 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토요타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승용차 공장이기 때문이다. 창업 정신을 잊지 않고 기본에 충실히 한다는 의미를 담아 공장 이름에 '처음', '시초'를 뜻하는 원(元)을 넣었다.
토요타의 '전통'과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는 모토마치 공장의 총 4개 조립공장 중 하나인 'GR(Gazoo Racing) 팩토리'다.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의 '부캐'(부 캐릭터)로 레이싱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회사의 스포츠카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지난 2020년 토요타 최초의 스포츠카 전용 공장 GR 팩토리의 문을 열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방문한 GR 팩토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GR 야리스 △GR 코롤라 △LBX 모리조 RR 등 3개 모델을 생산한다. 토요타 직원은 "GR 팩토리의 하루 생산량은 약 100대, 월 2000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신 자동차 공장으로선 수익성 확보 여부가 의문일 만큼 적은 생산량이다.
내부를 돌다 보면 이유를 금방 알게 된다. 우선 '대량 생산'의 상징인 컨베이어벨트가 없다. 작업용 로봇은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토요타 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공정이 적지 않아 '신속한 생산'은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한쪽에선 첨단 제조설비가 가동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직원들이 망치·드릴·용접기 같은 도구를 직접 들고 작업을 하는 다소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토요타자동차의 'GR 팩토리'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토요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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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스포츠카 특유의 소량·고정밀 생산에 최적화한 공정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R 팩토리는 정밀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셀(Cell) 생산'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차체 하부 용접', '서스펜션 장착' 등 공정을 구역별 셀로 나눈 것으로, 각 셀은 AGV(무인 운반차)가 연결한다. 자율주행 방식의 AGV는 컨베이어벨트처럼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지만 필요시 멈춰 세워 세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본 AGV는 정해진 경로에 따라 조립 중인 부품을 운반하고, 방전되기 전에 로봇청소기처럼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 스스로 충전했다.
토요타는 "일반 공장보다 시간과 공정 노력이 더 들고 생산량·비용에서는 불리하지만 '고정밀 생산'과 '양산'을 동시에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 치밀함도 GR 팩토리의 특징이다. 일례로 토요타는 차체 하부의 홀 위치를 소수점의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해 데이터를 분석 시스템에 통합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약 1만개의 조합 중 최적의 조합을 자동으로 선택한다. 이를 위해 3D(3차원) 계측 로봇 등이 동원된다. 토요타 관계자는 "최대한 설계도대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 공정에서도 꼼꼼함이 돋보인다. 토요타는 랠리 주행 환경을 가정한 차량 무게(2명 탑승, 연료 가득 채움)를 인공으로 재현해 얼라인먼트를 조정한다. 일반 공장이 전·후륜을 동시에 조정하는 것과 달리 '측정 → 후륜 측정 → 재측정 → 전륜 조정 → 최종 확인'을 거쳐 미세한 얼라인먼트 편차를 잡아내는 것도 특징이다.
검사 공정 이후에는 인증 테스트 드라이버가 실주행 테스트를 한다. 120㎞/h 속도에서 직진 안정성, 차선 변경 시 조정 안정성, 제동 반응, 소음, 노면 대응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감각 평가와 기술 데이터를 함께 반영해 최종 품질을 판정하는 식이다.
도요오카 사토시 토요타 처완기능양성부 부장은 "토요타의 벽을 뛰어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GR"이라며 "모터스포츠 기점으로, 모터스포츠에서 단련시킨 차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요타자동차의 'GR 팩토리'에서 생산한 차량의 성능을 측정하고 있다./사진=토요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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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일본)=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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