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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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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세포 폭주 비밀 규명" KAIST, 면역질환 치료 실마리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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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세포는 흔히 바이러스와 싸워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열된 엔진처럼 폭주한 면역세포는 바이러스와 정상 세포를 구분 없이 파괴할 수 있다. 국내 연구팀이 면역세포의 활성화 과정을 제어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실마리를 찾아 제시했다.

    KAIST는 의과학대학원 신의철·박수형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 의대 은혁수 교수와 공동연구로 '킬러 T세포(CD8+ T세포)'의 비특이적 활성화 원인을 규명, 이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5일 밝혔다.

    아시아경제

    (오른쪽부터)신의철 KAIST 교수, 김소영 KAIST 박사과정, 박수형 KAIST교수, 은혁수 충남대 의대 교수, (상단) 이호영 KAIST박사.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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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 킬러 T세포는 감염된 세포만 선별적으로 제거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한다. 하지만 반응이 과도해지면 감염되지 않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염증과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잉 면역 반응'은 중증 바이러스 질환이나 자가 면역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사이토카인(cytokine)으로 비특이적 활성화된 킬러 T세포가 아무 세포나 무작위로 공격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를 '비특이적 T세포 활성화'로 명명한 바 있다. 후속 연구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킬러 T세포가 비특이적으로 활성화하는 현상의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연구 과정에서 공동연구팀은 여러 사이토카인 중 '인터류킨-15(IL-15)'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IL-15는 킬러 T세포를 비정상적으로 흥분시켜 감염되지 않은 세포까지 공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 등 항원 자극이 있을 때는 이러한 과잉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억제 작용은 세포 안의 칼슘 농도가 변할 때 칼시뉴린(calcineurin)이라는 단백질을 작동시키고 이 신호가 NFAT라는 조절 단백질을 움직여 킬러 T세포의 행동을 제어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규명됐다. IL-15 신호에 의해 활성화되는 세포 내부의 칼시뉴린?NFAT 경로가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동연구팀은 일부 면역 억제제가 칼시뉴린 경로를 차단해 면역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특정 상황에서 IL-15로 킬러 T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면역 억제제의 작용이 모두 동일하지 않으며, 환자의 면역 반응 양상에 따라 약제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분석으로 IL-15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킬러 T세포에서만 증가하는 유전자 세트(마커)를 찾아냈으며, 이 마커가 급성 A형 간염 환자의 킬러 T세포에서도 뚜렷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해당 마커가 질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중증 바이러스 감염, 만성 염증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장기이식 거부반응 등 다양한 면역 질환의 발병 원인 이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 IL-15 신호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면역조절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을 확인케 한다.

    신 교수는 "우리 몸의 킬러 T세포는 단순한 방어자가 아니라 염증 환경에 따라 '비특이적 공격자'로 변할 수 있다"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난치성 면역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의과학대학원 이호영 박사와 김소영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해 수행했다. 연구 결과(논문)는 최근 국제학술지 '면역학(Immunity)'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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