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 지수 일제히 하락…한 달 만에 가장 큰 낙폭
아시아 증시 독보적 상승 韓 '사이드카' 발동
월가 CEO "향후 1~2년 내 최대 15% 하락"
"AI 기대감 흔들리면 증시 전반 충격" 경고도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7% 하락 마감하며 지난달 10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도 각각 2.04%, 0.53% 떨어지며 한 달여 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구성된 ‘개미 선호 지수’(Retail Favorites Index)는 무려 3.6%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로 명명하고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퍼부으며 시장 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 증시가 급락한 여파로 아시아 증시에서 독보적 상승률을 기록한 국내 증시도 새파랗게 질렸다. 5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2.85%, 2.66% 하락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장 초반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국내외 증시가 크게 흔들린 건 그간 강세장을 주도해왔던 AI 관련 종목의 밸류에이션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이날 3분기 호실적에도 주가가 7.94% 급락했다. 팔란티어는 올해 들어 150% 이상 급등했으며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에 근거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250배에 달해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도 이날 3.96% 급락했다. AI칩 후발주자인 AMD와 브로드컴은 각각 3.7%, 2.93% 하락 마감했다. 테슬라 역시 5.15% 급락했고, 아마존(-1.84%), 알파벳(-2.13%), 메타(-1.59%), 오라클(3.77%) 등 주요 AI 관련 대형주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특히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주가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분기(9월 30일 기준) 팔란티어 500만주, 엔비디아 100만주에 해당하는 풋옵션 매수 사실을 공개했다. 풋옵션은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수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버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예측해 돈방석에 앉은 인물이다.
미국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AI발(發) 증시 과열을 경고하며 향후 1~2년 내 최대 15% 수준의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한 점도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4일 홍콩통화청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 서밋에서 “향후 1~2년 내 주식시장이 10~15%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 투자자는 시장 타이밍보다 포트폴리오 점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는 ”물가, 금리, 무역정책, 그리고 5주째 이어지는 셧다운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결국 투자심리를 바꿀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 증시의 상승세가 일부 초대형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파와드 라자크자다 포렉스닷컴 애널리스트는 “소수의 대형 기술주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면서 시장이 지나치게 좁아져 있다”며 “AI 관련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경우 전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 위험자산인 비트코인도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달러선이 붕괴하며 시장 불안감을 자극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6% 넘게 급락하며 9만8000달러대까지 밀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지난 6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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