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혐의 대부분 무죄…재판부 "지시 불명확"·"경영진 재량"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빼앗은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태에 대해 법원이 기업의 재량권을 앞세운 판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은 과거 이스타항공에서 공정한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임원진이 인사담당자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압력을 행사했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전주지법 형사1부(김상곤 부장판사)는 5일 업무방해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62)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 김유상(58)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표에 앞서 이스타항공 경영을 책임진 최종구(61) 전 대표에게는 일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김 전 대표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 전 대표에게는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무죄를 내린 근거로 당시 이스타항공의 사내 규정과 피고인들의 불명확한 지시, 사기업의 재량권 보장 등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윤리·도덕적 비난을 별개로 하고 법리적 판단만 하겠다는 입장을 서두에 밝히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위력으로 항공사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라고 봤다.
이스타항공은 사내 규정상 임원진의 인사 추천이 가능하고 인사에 관한 최종 권한은 대표이사에게 있으므로 특정인을 점찍은 채용 절차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또 경영진의 불합리한 지시로 인사 담당자들이 극심한 부담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지시가 반드시 특정인을 합격시키라는 건지, 아니면 우수한 지원자를 살펴봐달라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나라 기업의 위계질서 문화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의 지시에 부담을 느끼는 건 일반적"이라며 사규와 경영진의 재량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인사담당자들에게 위법한 지시를 내린 건 아니라고 부연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은 당시 이스타항공 정규직 공개채용에서 탈락한 청년들의 분노와는 다소 동떨어졌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보다 성적이 훨씬 뒤떨어진 지원자가 합격했다', '공개채용은 어떤 회사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정자가 있는 줄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다' 등의 울분 섞인 댓글이 달렸었다.
심지어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2021년 SNS를 통해 "둘째 아들이 4년 전 잘 다니던 자동차 회사 해외영업부를 과장 승진 직전에 사직하고, 파일럿을 꿈꾸며 미국 애리조나 비행 학교에 가 대형항공기 면허까지 받아왔다. 2년 동안 번번이 (이스타항공) 면접에서 떨어졌다"면서 채용 비리를 비판했었다.
이 전 의원 등은 2015년 11월∼2019년 3월 이스타항공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한 지원자 147명(최종 합격 76명)을 채용하도록 인사담당자에게 외압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스타항공에서는 어학 성적이 모자라도,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도, 심지어 시험에 응시하지 않아도 임원 추천으로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번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jay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