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인터뷰]
"깊이 잃지 않으면서 문턱 낮추는 시도 필요"
'세 개의 오렌지~ ' 등으로 대중과 접점 넓혀
임기중 최대 성과는 '예술가 중심 조직' 변화
연말엔 서울시향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첫선
최상호(63)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의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23년 2월, 3년 임기의 국립오페라단 14대 단장 겸 예술감독에 취임한 최 단장은 줄곧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왔다. 지난 6월 선보였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동화같은 무대와 영상 활용 등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크게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품격있는 개방성을 목표로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창작을 비롯해 초연 무대를 많이 올리는 이유를 묻자 “익숙한 레퍼토리의 반복보다 새로운 시각과 창조적 도전이 중요하다”면서 “낯선 작품의 힘이야말로 관객의 감수성을 확장하는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최 단장은 오는 12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의 공동주최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준비 중이다. 공연 시간만 무려 6시간에 달하는 대작으로 국내 초연이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는 그는 “국립오페라단은 음악 중심의 드라마를, 서울시향은 최고의 관현악 해석을 추가했다”며 “장르를 대표는 국내 최고의 두 공공예술단이 만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바그너의 ‘링 시리즈’를 빌드업 해가려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최 단장과의 일문일답.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오페라단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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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오페라의 대중화’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SNS 콘텐츠, 실황 중계, 야외 오페라,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접근성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대중화의 본질은 ‘예술을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 쉽게 다가서게 하는 것’이다. 오페라의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작품들을 더 많이 제작해야 한다.
-최근 ‘세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대중성 측면에서 평가가 좋았다.
△1992년 유럽에서 왕자 역할로 이 작품에 참여했었다.(웃음) 그 때도 객석 반응이 무척 좋았다. 한국에서 전막 공연은 처음이었지만, 동화같은 내용이어서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 보편성과 친근함이 있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공감한 작품이었고, 성과도 만족스러웠다.
-12월에는 서울시향과 함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올리는데?
△서울시향과의 협업은 단순한 공동제작이 아니라, 한국 클래식 예술계의 협력 모델을 새롭게 제시하는 시도다. 국립오페라단은 음악 중심의 드라마를, 서울시향은 최고의 관현악 해석을 추가했다. 모든 과정에서 ‘공공예술단체 간의 예술적 연대가 한국 예술의 미래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서울시향이 오페라를 하는 건 정명훈 음악감독 시절 이후 약 10년 만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오페라와 심포니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다. 서울시향 정도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해야만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고 봤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바그너를 좋아하는 걸 알기에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츠베덴이 즉석에서 바로 오케이를 하니, 서울시향 단원들도 놀라더라.
-무려 6시간 짜리 공연이라고 들었다.
△한국에선 한 번도 한 적 없고, 독일에서도 드물게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웬만한 오페라하우스에선 시도조차 못 한다.(웃음) 오페라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루에 1회씩 4일간 4회 공연하는데, 주말 회차는 벌써 거의 매진이다.
-취임후 초연작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취임 이후 ‘아틸라’를 시작으로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죽음의 도시’ 등 총 8편의 국내 초연작을 소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익숙한 레퍼토리를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시각과 창조적 도전을 우선시한다. ‘낯선 작품의 힘’이야말로 관객의 감수성을 확장하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최근 반응을 보면 관객들도 이제는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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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오페라의 국제적 위상은 어느 정도로 보나.
△한국 오페라의 수준은 국제적으로 이미 높은 위치에 와 있다. 유럽 주요 극장들 중 한국 성악가들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개인의 존재감은 이미 해외 무대에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이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문화외교, 장기 파트너십, 그리고 예술가 개인의 국제 감각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립예술단체들의 ‘지방 이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지방 이전 논의는 문화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의미 있는 방향이다. 다만 물리적 이전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예술 생태계 전체의 균형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미 전국 순회, 지역 협력 공연, 오페라 스튜디오 등을 통해 전국 단위 예술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핵심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문화 접근성의 확대’이다.
-단장 재임 중 최대 성과를 꼽자면?
△국립오페라단이 ‘예술가 중심 조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이끈 것이 큰 보람이었다. 취임 이후 오페라 인재들에게 공연 출연 기회와 역량 강화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솔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 14명, 2024년 10명, 올해는 12명을 선발했다. 시행 2년을 넘어가면서 정기공연 무대 참여 확대 등 가시적 성과들이 나온다.
- 임기내 꼭 하고 싶은 게 있나.
△단기 목표는 바그너의 대작 ‘링 시리즈’를 온전히 완성하는 것이다.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사이클인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을 통틀어 ‘링 시리즈’라 부른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링 시리즈를 빌드업 해가는 과정에서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웃음) ‘링 시리즈’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오페라단이 세계 오페라 지도 위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다.
◇최상호 단장은...
△1962년생 △연세대 성악과 학사 △ 독일 칼스루에 음대 석사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오페라단 전속 솔리스트 △카셀 국립오페라단 전속 솔리스트 △라이프치히 국립오페라단 전속 솔리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성악과 교수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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