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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한푼 안 내고도 33조 '무임승차'…건강보험 적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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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리포트] 건강보험 적자 공포(上)

    [편집자주] 지난해 의료비 지출이 116조원을 돌파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당장 내년부터 적자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화 등으로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가입 시 필수로 함께 가입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지출 구조를 효율화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어떻게 하면 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지 알아본다.



    건보료 '0원' 피부양자 급여비 33조 돌파…외국인에도 3475억 지급


    머니투데이

    최근 5년 건강보험 전체 피부양자 급여비(공단부담금) 현황/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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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피부양자에 지급된 건보 재정 33조1219억원, 전체 급여비의 약 40% 차지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에 전체 진료 급여비의 40%가량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피부양자에 들어간 건강보험 급여비가 지난해 33조원을 돌파했다. 마찬가지로 건보료를 내지 않는 외국인 피부양자에도 3475억원의 건보 재정이 지급됐다.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피부양자 기준을 배우자, 미성년 직계비속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전체 피부양자 급여비(의료급여 제외)의 공단 부담금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피부양자의 급여비로 지출된 금액은 33조1219억원이다. 4년 전인 2020년 29조986억원 대비 13.8%(4조233억원) 증가했다.

    피부양자 의료비로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가 전체 가입자 급여비 대비 약 40%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입자에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는 87조5774억원이었는데 이 중 피부양자에 지급된 금액의 비중은 37%였다. 2020년엔 전체 급여비 65조2209억원 대비 피부양자 급여비 비중이 44%였다. 피부양자 기준이 점차 강화되면서 피부양자 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전체 피부양자 수는 2020년 1860만7138명에서 지난해 1588만7018명으로 14.6%(272만120명)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외국인 피부양자 수는 크게 줄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19만5423명에서 지난해 19만5201명으로 0.1%(222명) 감소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 수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 피부양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전체 피부양자의 54.6%인 10만6501명이 중국인이다. 이어 베트남(2만1473명), 우즈베키스탄(9041명), 네팔(2702명), 캄보디아(1912명) 등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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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 건강보험 전체 피부양자 현황/그래픽=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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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피부양자에도 작년 건보 재정 3475억원 지출돼

    외국인 피부양자에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는 지난해 3475억원으로 2020년 2427억원 대비 43.2% 급증했다. 전체 피부양자 급여비 증가율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중 피부양자 급여비가 가장 많이 지출된 국가는 중국으로 지난해 2376억원의 급여비가 나갔다. 2020년 1676억원과 비교하면 41.8%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인에 나간 피부양자 급여비가 전체 외국인 피부양자 급여비의 68.4%를 차지했다. 외국인 피부양자 중 중국에 이어 급여비가 많이 지출된 국가는 지난해 기준 베트남(223억원), 우즈베키스탄(118억원), 캄보디아(25억원), 네팔(23억원) 등 순이다.

    ◆ "피부양자 대상, 형제·자매·장모 등 빼고 배우자·미성년 자녀로 제한해야"

    건보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들에도 지급되는 건보 재정이 크게 늘면서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해 내외국인 대상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명옥 의원은 "건보 '무임승차' 논란을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는 허술한 피부양자 자격 기준"이라며 "특히 외국인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하는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부양자 대상을 배우자와 미성년 직계비속으로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는 장인·장모, 형제·자매, 조부모, 손주까지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하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피부양자라는 이름의 무임승차는 범위와 규모를 줄여나가는 게 정의롭다"며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비속만 피부양자로 허용하자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에 대해서도 소득이 조금이라도 있는 직계존속 등은 한 달에 1만~2만원이라도 건강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게 정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건강보험 재정 지속성을 위해 피부양자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23년 10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수립연구의 연구 정책방향'에서 피부양자 기준을 배우자와 미성년 직계비속, 일부 직계존속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제시했다.


    내년 장기요양보험 흑자폭 줄어, 바닥…건보는 적자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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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 현황 및 전망/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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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이 소득 대비 0.9448%로 1.47% 인상된 가운데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건강보험과 함께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이미 적자였던 장기요양보험은 올해 예상 당기수지가 11억원 흑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에도 47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는 1667억원 흑자지만 내년부터는 연간 4조원대 이상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 등으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모두 2030년쯤에는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

    ◆ 내년 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 11억원 흑자로 쪼그라들어…건강보험은 내년부터 4조~5조원대 적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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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 재정 수지 현황 및 전망/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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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요양보험 재정 수지 현황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재정 수지는 8359억원 흑자였지만 올해는 흑자폭이 11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건강보험공단 지난해 추계한 내부 자료 기준이며, 2026년과 2027년, 2028년에도 당기수지가 각각 33억원, 58억원, 47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벗어나는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장기요양보험은 고령화와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인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건강보험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당기수지가 1조7244억원으로 전년 4조1276억원 대비 흑자폭이 축소됐는데 올해는 1667억원으로 흑자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4조~5조원대 적자가 시작됐다. 내년 4조1238억원, 2027년 4조6492억원, 2028년 5조3138억원, 2029년 4조5335억원의 적자가 예측된다.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고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 등 의료개혁,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 등 국정과제 추진 계획을 반영한 수치다.

    ◆ 2030년부터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준비금 소진…2072년 월급의 40%를 건보료·장기요양보험료로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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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 장기 재정 전망/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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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5년 뒤인 2030년부터는 쌓아놓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준비금마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제3차 장기 재정전망'(2025~2065년)에 따르면 내년부터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가 적자로 바뀌고 각각 2033년, 2030년부터 준비금까지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 인구 증가로 의료비와 돌봄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미 장기요양 수급자는 2022년 101만9000명에서 지난해 116만5000명으로 2년 새 14.4%(14만6400명) 증가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총진료비(건강보험공단 부담금+본인부담금)도 지난해 116조6253억원을 기록하며 4년 전인 2020년 86조8750억원 대비 34.2%(29조7503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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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진료비(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본인부담금) 추이/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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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년 뒤인 2072년에는 월급의 40%가량을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로 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발주로 발간한 '초고령사회 대응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44.1%에서 2030년 53.1%, 2040년 63.9%, 2050년 70.2%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월 소득 대비 7.09%인 건보료율이 2050년에는 15.81%, 2072년에는 25.09%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현재 월 소득의 0.91%에서 2050년 5.84%, 2072년에는 13.97%로 오를 것으로 봤다. 2072년엔 건보료와 장기요양보험료만으로 월급의 39.06%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 연구진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사회보장제도의 역할이 취약해지면서 초고령사회 노인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출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노인연령 기준 상향, 돌봄 서비스 공급 확대, 돌봄 관련 인력 확충과 기술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입만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고 지출 효율화를 해야 한다"며 "의료이용을 과다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치가 낮은 서비스는 본인부담을 올리고, 의사의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제는 총액계약제 등 새로운 지불제도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연명치료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 수요를 호스피스 쪽으로 전환하고, 방문의료 시 간단한 처치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호사 등으로 다변화하고 비대면 활용 등으로 단가를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의료를 예방 중심으로 바꾸고 돌봄 등 인건비 관련해선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진숙 의원은 "정밀한 재정 추계를 바탕으로 지출 재구조화, 국고 지원 정상화 등 재정 안정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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