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네이버가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인공지능(AI) 체계 구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초거대 모델 경쟁을 넘어 운영 환경에서 AI가 직접 판단하고 실행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이 모두 이 전략의 핵심 축이다.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단25(DAN25)’ 직후 간담회에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AI는 이제 모델 크기 경쟁이 아니라 운영 체계와 실사용의 단계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 6만장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증설 및 운영 최적화 기술과 결합해 제조·금융·물류·도시 운영 등 실시간 처리형 AI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정확한 도입 시점은 조정 중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며 “6만장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성과 기반 적용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술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그 기술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한국은행, 한국수력원자력, 대동,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에서 운영 프로세스에 AI가 실제 반영된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소버린 AI 인프라에 관해서는 국가와 기업 역할 분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GPU 인프라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확보해야 하지만 그 위에서 어떤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지는 생태계가 함께 풀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국가 단위의 연산 기반과 산업 단위 민간 혁신이 병렬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네이버가 강조하는 피지컬 AI는 개념보다 실행 중심에 놓인다. 김 대표는 “피지컬 AI는 텍스트 기반 추론을 넘어 세계를 인식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영역까지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머노이드는 로봇 연구가 목적이 아니라 OS와 API가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테스트 벤치 역할”이라며 “이번 달 말 사옥 내에서 휴머노이드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세계적으로 심화하는 엔비디아 GPU 의존성 문제에 대해 네이버는 대안 칩 검증을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퓨리오사AI, AMD, 인텔 등 다양한 칩을 테스트 중이며 좋은 결과가 나오면 적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전력 인프라에 대해서는 “기업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국가와 기업이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프라이빗 환경에서의 AI 전환 수요도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AI 기술이 아직 범용화되지 않은 만큼 데이터 수집과 운영 과정에서의 피드백 반영을 고객과 함께 설계해야 하는 단계라는 판단 때문이다. 뉴로클라우드 업그레이드는 최근 VM웨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기업들 수요를 겨냥한다. 보안·거버넌스·네트워크 통제는 직접 가져가되 기존 온프레미스나 VM웨어 기반 클라우드를 유지해 온 기업들이 무리 없이 AI 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김 대표는 이번 투자가 국가 AI 생태계와 산업 전환 시점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과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GPU 대규모 확보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민간 기업도 정부의 방향과 속도를 함께 맞추며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과거 초고속 인터넷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IT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AI 전환의 시기”라며 “몇 년 뒤 ‘그때 그런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기업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전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